SM 이수만 몰아냈던 펀드의 활약…스틱 경영권 매각 막전막후
①스틱, 미리에 최대주주 지위 헌납…얼라인도 파상공세
②경영권 위협 도용환 용퇴 선언…SM엔터 데자뷔
③미리, 장기 보유 선언했으나…엑시트 전략 벌써 관심
입력2026-01-25 02:00
수정2026-01-25 08:23
토종 사모펀드(PEF) 업계의 대부 중 한 명이었던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이 행동주의 펀드의 거센 압박 속에 결국 경영권을 내려놓았습니다. 30년 역사의 국내 1호 상장 PEF 운용사인 스틱이 창업주 시대를 마감하고 미국계 주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장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을 때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비록 그 대상이 자본시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대형 사모펀드라 해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① 미리에 최대주주 지위 헌납…얼라인파트너스 파상공세
스틱은 1999년 도 회장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현재까지 110여 개 기업에 투자하며 자산운용 규모(AUM)가 71억 달러(약 9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PEF 운용사로 발돋움했죠. IMM프라이빗에쿼티 등과 함께 토종 대형 운용사로 꼽히는 스틱은 특히 2021년 디피씨와 합병하면서 국내 PEF 중 유일한 상장사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틱을 향한 외부 주주들의 공세는 2023년 8월에 서막이 올랐습니다. 당시 미리캐피탈(Miri Capital)이라는 미국계 투자회사가 지분 5.01%를 장내 매입하며 주요 주주로 처음 이름을 올렸는데요. 이후 미리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스틱의 지분을 꾸준히 매집했고 지난해 7월에는 지분율을 13.52%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도 지난해부터 스틱 지분 매입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얼라인은 지난해 3월 지분 6.64% 취득을 공시하며 처음 스틱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이후 얼라인은 스틱에 자기주식 소각과 차세대 리더십 승계, 이사회 독립성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펼쳤습니다. 회사의 답변이 충분치 않을 경우 언론에 더 강한 메시지를 내며 다른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갔습니다.
②경영권 위협 도용환, 용퇴 선언…SM엔터 데자뷔
미리의 지분 매입에 얼라인의 공세까지 더해지자 도 회장은 실질적인 경영권 위협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여러 경로로 경영권 방어를 고민했으나 쉽사리 방도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도 회장의 지분율은 13.44%에 불과했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19%대에 머물렀습니다. 이 때문에 올 3월 주총에서 자신의 이사 선임 연장안이 불발될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내이사 임기 연장이 무산되고 이사회 장악력을 잃게 될 경우, 소수주주로 전락해 자신의 지분 가치가 크게 하락할 위험이 커졌죠.
도 회장은 결국 1월 19일 용퇴를 공식화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보유 지분 중 11.44%를 총 600억 원에 미리캐피탈에 매각하기로 했는데요. 경영권을 위협했던 미국계 펀드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2022~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사건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당시 신생사에 불과했던 얼라인은 SM엔터 지분 1% 미만을 취득, 이수만 당시 총괄 프로듀서의 나쁜 전횡을 날카롭게 지적했죠. 결국 이수만 프로듀서는 자신이 창업했던 회사의 지분을 하이브에 팔고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업계 거물을 압박해 퇴진시킨 양상이 이번 스틱 사태에서 그대로 되풀이되는 모습입니다
③ 미리, 장기 보유 선언했으나…엑시트 시나리오 벌써 관심
스틱의 새 주인이 된 미리캐피탈은 스스로를 컨설팅과 액티비즘을 결합한 ‘컨설타비스트(Consultavist)’라 칭합니다.
미리캐피탈은 스틱의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기존 경영진과 파트너 체제는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 확장 등을 컨설팅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리캐피탈의 시대도 영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다른 어떤 최대주주보다 빠르게 스틱의 최대주주 지위를 반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만기가 존재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이기 때문입니다.
미리캐피탈이 보유한 시가총액 4000억 원대의 25% 스틱 경영권 지분은 장내 통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인데요. 미리캐피탈은 영구 투자 펀드를 조성해 스틱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으나 실현 여부도 미지수입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스틱의 경영권 지분을 통째로 인수해 줄 대형 PEF 운용사나 금융지주가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벌써부터 자본시장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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