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암 1위 ‘전립선암’…미리 알아내는 검사 있다는데
■ 최세영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전립선암, 폐암·위암 제치고 남성암 발생 1위로
고령화·생활양식 변화…선진국형 암 발생 늘어
증상 없어도 PSA 검사 등 전립선 정기 검진 필요
입력2026-01-31 07:00
지면 19면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서 전립선암이 처음으로 남성암 발생 1위를 차지했다. 전립선암이 폐암과 위암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은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는 결코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생 1위에 오른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와 생활양식의 변화 등 선진국형 구조로 급격한 체질 변화를 겪고 있듯이, 질병의 양상도 자연스럽게 선진국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립선암 증가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인구 구조 변화가 꼽힌다. 전립선암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대표적인 고령암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전립선암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생활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육류와 지방 섭취가 늘어난 식습관의 변화, 운동 부족, 비만 등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인구 고령화라는 국가적 요인과 생활습관 변화라는 개인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전립선암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남성암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조기 발견의 증가에도 주목할 만하다. 몇년 전부터 건강검진이나 외래 진료 과정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를 확인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PSA는 전립선암 외에도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정상보다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전립선암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초음파 검사, 직장수지검사, 필요 시 조직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한다. 현재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개인 검진이나 병원 진료를 통해 자발적으로 PSA 검사를 받는 남성은 꾸준히 늘고 있다. 즉 전립선암이 남성암 1위가 된 것은 암이 갑자기 폭증했다기 보단, 우리가 암을 더 잘 찾아내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발생률 1위가 곧 사망률 1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조기에 발견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실제로 전립선암의 사망률 순위는 발생 순위보다 훨씬 낮다. 따라서 숫자만 보고 지나친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전립선암이 남성암 1위가 된 지 오래인 만큼, 다양한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치료는 개별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달라진다. 전립선암의 악성도는 통상 글리슨 점수로 나타내는데 점수가 낮으면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적극적 감시 관찰만 한다. 글리슨 점수와 환자 나이, 동반 질환, 전이 범위 등에 따라 완치를 목표로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 정밀 방사선치료, 양성자 및 중입자 치료기 등 첨단 치료법이 도입돼 그 어느 때보다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 생존율이 개선되면서 요실금, 성기능 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암이 이미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아직까지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호르몬 치료제, 유전자 표적치료제 등 새로운 항암제들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전립선암은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아니라, 장기간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만성 질환에 가까운 암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립선암의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습관 관리와 적절한 검진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적정 체중 유지는 전립선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PSA 검사를 포함한 전립선 검진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버지나 형제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40세 전후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생 1위가 됐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더 오래 살게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시에 조기 발견과 현명한 선택을 통해 암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숫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검진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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