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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부에 “이주비 규제 풀어달라…정비사업 91% 지연 위기”

■정부에 대출규제 조정 촉구

조합원 이주비에 발목 → 공급 차질

정비사업 91% 사업지연 위기 몰려

중소사업장 3~4%P 높은금리 부담

“공급대책에 이주비 해결책 담겨야”

LTV 70% 분리적용 국토부 건의

입력2026-01-28 07:01

서울시가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을 조사한 결과 39곳에서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이 어려줘 사업 지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계획세대수만 3만1000가구에 달해 사업 지연에 따른 주택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주거 안정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에 이주비와 관련한 대출 규제 합리화를 촉구했다.

서울시는 대출 규제로 인한 이주비 조달 차질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 공사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는 대출 규제로 인한 이주비 조달 차질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 공사장 모습. 연합뉴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27일 서울시청에서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인한 공급 차질 및 정부 건의 관련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국토교통부에 대출 규제 조정을 건의했다. 최 실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7개월간 20여 개 사업장을 선별해 직접 현장 점검을 진행한 결과, 현장에서 이주비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조만간 공급 관련 대책 발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주비 부분이 충실히 담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예정에 없었지만 곧 발표할 국토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자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간 20회에 걸쳐 정비사업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국토부와 수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규제 완화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황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시가 올해 이주 예정인 정비사업 구역 43곳을 조사한 결과, 39곳(계획세대수 약 3만1000가구)이 대출 규제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사업 구역의 약 91%로 재개발·재건축 24곳(약 2만6200가구)과 모아주택 등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15곳(약 4400가구)이다. 이들 사업장에는 노원구, 서대문구, 강남구, 송파구 등 대규모 사업지도 포함돼 있다.

시는 정부의 6·27 대책과 10·15 대책 이후 1주택자 담보인정비율(LTV) 40%, 다주택자 LTV 0%, 대출 한도 6억 원 규제가 적용되면서 조합원들이 이주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합들이 이주비 마련을 위해 시공사 보증을 통한 제2금융권 추가 대출도 고려하지만 고금리로 인해 막대한 이자 부담을 져야 하고, 조합원의 금융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이 27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이주비 대출규제 합리화 촉구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이 27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이주비 대출규제 합리화 촉구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이달 이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조합원들은 사업비 내에서 추가 이주비를 신청받아 조달했으나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인근 전월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이사를 위해 현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약 10%가 이주를 완료했다. 조합원 매물을 승계 받아 매수한 김씨는 “이주비와 추가 이주비를 합쳐도 인근에서 가격에 맞는 주택을 구할 수 없어 자녀의 전학을 고려하고 있다”며 “인근 신축 아파트 전용 84㎡ 전세가격이 15억~16억 원대인데 이마저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4구역 ‘1+1’ 분양을 신청한 조합원들도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다행히 중도금 대출은 규제 적용이 제외됐으나 잔금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노량진4구역의 한 조합원은 “이번 정책으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재분양 시 대형 주택형으로 신청하겠다는 조합원이 늘었다”며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더니 이렇게 진행되면 대형 주택형 신청으로 조합원 분양이 몰려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작구 A중개업소 대표는 “‘1+1’ 신청으로 두 채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의 프리미엄이 한 채를 받는 것보다 기존에는 최소 5억~6억 원 이상 높았으나 이주비 자금 마련과 세금 부담 등으로 인기가 줄어들며 조금씩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량진8구역도 조합원 총 401명 중 ‘1+1’을 선택한 조합원은 약 120명으로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1+1 분양 제도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기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고 대형 주택 보유자 참여 유도를 위해 도입됐다. 한때 한 가구는 실거주 용도로 사용하고 남은 한 가구는 투자·증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1+1 분양 제도가 논란이 됐다. 이에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신반포 21차, 신반포 15차 등에서 1+1 분양을 신청했던 조합원들이 조합의 재분양 신청 접수 과정을 통해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주비 부담은 중·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 여건이 사업 규모와 시공사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등 대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추가 이주비 조달이 가능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기본 이주비보다 3~4%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해 사업 지연과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최 실장은 “자금 조달 협상과 절차 이행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면서 사업 지연과 사업비 증가 등 악영향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2일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체에서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분리해 LTV 70%를 적용하는 등 대출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아울러 대출규제를 적용받는 40개 정비사업의 피해 현황도 이날 국토부에 전달했다.

최 실장은 이주비를 단순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까지 영향을 받는 사업장을 추산하면 66곳, 5만6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 공급에는 공공 분야에서 하는 부분도 있지만 민간에서 내놓는 부분도 많다. 예정된 주택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는 현 상황이 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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