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의 일자리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신기술 노동시장 위협은 냉혹한 현실
공감 등 인간만의 능력으로 진화 필요
기업도 탐욕 대신 배려·투자 나서야
입력2026-01-28 18:13
수정2026-01-28 22:32
지면 35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현재 개발 과정에 있는 ‘아틀라스’ 로봇을 2년 후 미국 공장에 투입하겠다는 ‘예고’에 화들짝 놀란 것이다.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의 종말’까지 들먹이는 로봇 시대의 암울한 일자리 전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산업 현장에 새로 등장하는 기술이 노동시장을 위협하는 일은 절대 낯설지 않은 경험이다. 인간 노동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기계화·자동화 기술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산업화 기술의 등장으로 농경·목축의 전통 사회가 막을 내린 산업혁명 이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다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시작되는 인공지능(AI)·로봇 시대에 상상 이상으로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우리가 노동시장을 위협하는 신기술의 거센 물결을 함부로 거부할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고(高)임금과 노동권을 요구하는 부담스러운 인간 노동자와 연간 유지비 1400만 원으로 365일·24시간 연속 가동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사이의 선택은 자명한 것일 수밖에 없다. 방직기의 등장을 격렬하게 거부했던 러다이트운동도 결국은 시들해지고 말았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기와 자동화·정보화가 이룬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 인구는 5배가 늘었고 평균수명은 2.4배가 길어졌고 총생산은 34배가 증가했다. 역사상 최고의 풍요·건강·안전·민주화도 매력적이다.
더욱이 화려한 AI·로봇 시대를 열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암울한 ‘노동의 종말’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AI가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일 수 있다는 것이 AI 석학으로 알려진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주장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기술에 대한 비겁한 패배주의에서 과감하게 탈출해야 한다. 새로운 노동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 노동자는 로봇이 흉내 낼 수 없는 감성과 공감 능력, 종합적 판단과 책임감으로 돌발 상황을 통제하고 차별화·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노동자를 대체하는 AI·로봇의 높은 생산성으로 ‘떼돈’을 버는 일에만 매달리겠다는 탐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인간’을 배려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내재적 특성인 합리·감성·공감·창조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 자신을 위한 일이다.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있다. 이제 막 태어나고 있는 AI를 섣부르게 관리·규제하겠다는 망상은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나랏돈을 풀어서 허접한 일자리 2만 8000개를 만들겠다는 시도도 AI 3대 강국의 꿈에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시도다. AI 시대의 좋은 일자리는 오로지 민간에서만 만들 수 있다. 민간 역량 중심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AI·로봇 시대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짐승과 다름이 없는 ‘자연인’의 거친 삶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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