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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 대출 등 분석…전세사기 ‘징후’ AI가 잡죠”

■‘전세사기 사전탐지 모델’ 총괄 이용재 UNIST교수

부동산원·신용정보원 국가 DB 활용

대출 급증여부 등 입력해 위험 예측

사기의심 사례 절반 ‘사전 포착’ 성과

‘낙인 효과’ 우려 줄이는 안전장치 필요

정확도 높일 추가 데이터 확보는 과제

국가가 사기예방 나서는 첫걸음 될 것

입력2026-01-29 18:23

수정2026-01-29 22:13

지면 31면
이용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사진 제공=울산과학기술원
이용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사진 제공=울산과학기술원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정부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전세사기 사전탐지 모델 연구’가 그 신호탄이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이용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업공학과 교수는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범죄자를 가려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계약 전에 ‘위험도를 알려주는 안전장치’에 가깝다”며 “정부가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국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과 수리과학을 전공하고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금융 AI 전문가다. 현재 UNIST 산업공학과와 인공지능대학원에서 금융공학 및 금융 AI를 연구하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 금융권 AI 협의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각종 정책 자문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신용정보원 데이터를 결합해 전세사기 위험을 사전에 가늠할 수 있는지 검증한 첫 시도다. 이 교수는 “전세사기는 수법이 고도화됐고 어려우면서 복잡한 용어가 많아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며 “전세사기 피해는 최근 수년간 수조 원 규모로 늘었고,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이 약 3만 6000명인데 피해자의 60%가량이 20~30대 청년층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전세 계약 이전에 확인 가능한 정보들에 주목했다.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는 임대인의 부동산 거래 이력과 계약 패턴을 파악하는 데 쓰였고, 한국신용정보원 데이터는 임대인의 자금 사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했다. 임대인이 여러 채의 주택을 단기간에 매입했는지, 대출이 과도하게 늘었는지 같은 정보가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물건의 위치·면적·형태, 계약 금액과 기간, 중개 여부 같은 계약 정보, 임대인의 대출 이력과 연체 여부 등 신용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며 “쉽게 말해 계약 당시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입력값으로 넣고, 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 반환이 이뤄졌는지를 출력값으로 삼아 위험도를 예측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 연구가 대형언어모형(LLM)이 아닌 ‘트리 기반 기계학습 모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표 형태의 정형 데이터에는 통계모형에 가까운 트리 기반 알고리즘이 더 적합하다”며 “향후 계약서 문구나 민원 기록 같은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결과를 쉽게 설명해주는 기능이 필요해지면 언어모형을 결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방법으로 검증해본 파일럿 연구 결과는 전세사기 탐지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데이터에 사기의심 사례 중 과반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수준의 예측력이 확인된 것이다.

향후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답 데이터’의 정교화가 관건이다. 이 교수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례에는 고의적 사기뿐 아니라 자금난에 따른 사고도 섞여 있다”며 “현재 데이터만으로는 사기와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학습의 목표가 되는 출력값 자체를 더 정확히 만들 수 있는 추가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AI 활용에 따른 낙인 효과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분석 결과 제공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AI 판단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어떤 통계적 위험 요인이 작용했는지를 함께 설명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험 신호를 참고자료로 제공하되 개인을 무작정 위험인물로 규정하지 않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상용화까지는 데이터 결합 범위 확대 및 법·제도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이번 연구는 전세사기 예방에 국가가 나설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 교수는 “전세 계약이 정보 비대칭 게임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절차로 바뀌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며 “AI가 모든 사기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전세 계약 전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근거는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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