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2’ 펄펄 나는데 국회는 ‘반쪽 입법’으로 발목
입력2026-01-30 00:01
지면 35면
우리나라 반도체 ‘빅2’가 지난해 4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29일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 73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반도체(DS) 사업에서만 16조 4000억 원의 폭발적 이익을 기록한 결과다. 다음 달부터 6세대 HBM4 양산에 돌입하면 올해는 고부가가치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19조 1696억 원, 연간으로는 삼성전자보다 많은 47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이미 양산에 돌입한 HBM4 시장 선점과 메모리 호황 기대 속에 향후 전망도 밝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올해 나란히 100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마저 나온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우리 기업들이 날개를 펼친 이날 국회에서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도 2개월 가까이 표류한 끝에 이뤄진 늑장 입법이다. 게다가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과 전력·용수 확충, 보조금 지원 등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지원 내용이 담겼지만 기업들이 절실하게 요구해 온 연구개발(R&D) 인력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은 끝내 제외됐다. 발의된 지 1년 6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앙꼬(팥소) 빠진 찐빵’이나 다름없는 ‘반쪽짜리’ 법안이 겨우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대만·중국의 경쟁사들은 밤낮없이 기술 연구에 몰두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규제에 묶여 연구실 불을 꺼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37조 7000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지만 이래서야 마음껏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 여야는 유관 상임위에서 주52시간제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글로벌 경쟁이 ‘속도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미래 성장과 경제 안보가 달린 반도체 육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당정이 적극 나서 근무시간제 유연화 등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산업단지 기반 조성, 투자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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