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3개 중 2개 ‘무혐의’…재판부 판단 ‘증거부족’
[김건희 1심 판결문 읽어보니]
의심 정황은 있으나…주가조작 역할 단정 어려워
주문 등 공범지시 따랐다해도, 시세조종가담‘NO’
이의 제기에 “싸가지 시스터즈 말고”배제 문자도
계약 無…여론조사 尹 부부에 ‘전속 제공’은 아냐
통화 등 증거에…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로 판단
입력2026-02-01 08:00
1심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이 김 여사의 3개 혐의 가운데 2개를 무혐의로 판단하면서 법조·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존 판례에 반한다”거나 “법리적 법리상 모순이다”, “편파 판결이다‘는 등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통일교 금품수수, 명태균씨 여론조사 등 김 여사를 둘러싼 법원 판결에 대해 되짚어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지난 달 28일 김 여사에 대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몰수와 1281만5000원을 추진했다. 이는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이후 약 5년 9개월 만이다. 법원은 김 여사에게 적용된 3개 의혹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씨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죄가 있다고 결론낸 건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물품을 전달받은 혐의 뿐이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 수위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요청한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 등 구형량을 크게 밑돌았다.
■‘수익 40% 지급’ 의심…정산 후 “듣던대로 ○○” 불편 감정=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여사가 본인 소유의 계좌 금액이나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시세 조종 행위에 동원될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 용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의심했다. 주식 매수도 과정에서 이른바 ‘주가 조작 선수’에게 주식을 어떻게 할지 문의하고, 결정을 기다리는 듯한 정황이 근거였다. 특히 블랙펄 측에 수익금 40%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에 대해 “블랙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주가 상승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시세조종이 이뤄진 전체 과정에서 김 여사가 공범으로 의심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고 본 셈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김 여사가 공동정범으로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 여사가 이들에게 주가 조작에 대한 어떠한 내용을 들었는지도 직접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일부 매매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재판에서 통정거래로 인정되기는 했으나, 주문 금액·시점·수량을 이들 공범들이 정해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문 제출 등 공범들의 지시에 따랐다고 해서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주식을 블랙펄 측에 넘겨주라는 행위였을뿐, 공모를 통해 다른 투자자들이 그릇된 투자 판단을 하게 하는 등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1항 제1호의 위반은 없다고 봤다. 해당 조항에서는 ‘자기가 매도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 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서로 짠 후 매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공범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블록딜(시간외매매) 과정에서 매도 가격을 낮춘(할인) 데 대해 김 여사가 이의를 제기했고, 이후 이들 사이가 다소 틀어진 점도 근거로 꼽았다. 공모 관계였다면 매도 가격을 김 여사에게 사후에 통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주가 조작 ‘선수’이자 공범으로 지목된 민모씨와 김모씨는 2011년 1월 13일 정산 과정에서 김 여사가 크게 이의를 제기한 데 대해 “○○이구만, 듣던대로”라며 욕설 섞인 문자를 주고받았다. 같은 해 4월 6일부터 다음 날까지 주고받은 문자에서도 “김건희, 김△△(또 다른 투자자) 같은 싸가지 시스터스 같은 선수들 말고”라며 김 여사 등을 배제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명태균 과장 심해…‘공천 김건희 선물’ 믿기 어려워=재판부는 명씨 여론조사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여론 조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여러 차례 제공되고,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여러 차례 김 여사에게 부탁했다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여론 조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 조사를 실시한 건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명시적 내지 묵시적으로도 (윤 전 대통령 부부 측과)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 공표나 배포 등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지시를 받아야 (여론조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귀속된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그러한 증거도 없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만 제공된 여론조사는 2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 제공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명씨가 주변인들에게 ‘공천은 김 여사의 선물’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공천 약속이 이뤄졌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른바 김 여사의 ‘입김’으로 공천이 확정(확언)됐다면, 명씨가 주변에 꾸준히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명씨가 그동안 ‘◇◇◇을 당 대표로 만들고, 대통령 □□□도 당선시켰으며, ▽▽▽도 서울시장 만들었다’는 등 본인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점도 해당 발언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았다.
■그라프 목걸이 ‘알선’ 명목…지위, 영리 수단 오용=재판부는 2개 혐의에 대해 죄가 없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통일교 금품 수수는 유죄로 봤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를 알선 명목으로 받았다고 인정했다. 김 여사가 2022년 4월 말부터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통일교가 유엔(UN) 제5사무국 유치를 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문자로 전해 들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김 여사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전화 통화에서 “저희가 여러 가지로 지금 많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뭐 경제적…”, “경제적으로나 문화 여러 가지가…이제 이런 많은 업적이 이렇게 훼손되지 말아야 되잖아요”라고 말한 것도 증거가 됐다.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을 당시 통일교의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함으로써 김 여사에게 청탁의 실현을 위해 알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2022년 4월에 받은 샤넬맥은 ‘윤 전 몬주장이 김 여사에게 구체적 청탁을 전달치 않았다’며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든 일은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하고 이런 공정을 해하는 게 부패”라며 “지위가 높을수록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을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청탁과 결부된 고가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