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아닌 ‘MIT 10개 만들기’ 돼야
양철민 사회부 차장
입력2026-02-01 17:32
수정2026-02-02 08:12
지면 29면
교육부가 이달 중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균형발전과 수월성(excellence) 중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애초 지난해 말 관련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지방시대위원회의 ‘5극 3특’ 전략과 관련 정책을 조율하느라 발표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역균형 및 형평성을 고려해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교육 전문가들은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는 형평성보다는 수월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26 QS 세계 대학 랭킹’ 기준 서울대 순위가 1년새 7계단 하락한 38위에 그치는 등 서울대의 국제적 경쟁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고등교육은 서울대 1개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세계 주요국은 연구 인력, 연구비, 우수 학생을 특정 대학이나 지역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하버드·예일·프린스턴으로 대표되는 동부의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스탠퍼드·UC버클리·캘리포니아공대 등의 명문대가 몰려 있는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대학을 육성해 글로벌 대학 순위에서 상위권을 사실상 독차지 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와 난양공대 등 QS 대학 랭킹 순위에서 아시아권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싱가포르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우리의 5극 3특과 연계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대학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닌 ‘매사추세스공대(MIT) 10개 만들기’와 같은 최상위 특성화 대학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상위권 연구 중심 대학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 및 재정을 집중 지원하고 중하위권 대학에는 직업·평생교육 중심의 역할을 부여하는 식의 기능 분화만으로도 정부가 의도하는 지역균형발전 달성이 어느정도 가능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해결해야 한다. 가뜩이나 고령화와 저출생 여파로 국가 경쟁력 제고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등교육 정책마저 정치 공학에 기반해 설계될 경우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지역에 또 다른 서울대를 하나씩 육성하자는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국민에게 만족감을 줄지 모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은 근시안적 접근이 될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의 수월성을 강화해 이 같은 교육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방안 등 고등교육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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