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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가 전세금 굴려준다는데 집주인들 “차라리 월세 받겠다”

연내 도입 추진

전세신탁 논란

임차인 보호 명분

제도 강제땐

임대차 갈등 격화

월세화 촉진 우려

전월세전환율

평균 6.5%

초과수익률

입력2026-02-01 18:03

지면 20면

정부가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전세신탁제도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제성이 없을 경우 굳이 예치할 이유가 없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강제성이 있다면 임대·임차인 간의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가 전세의 월세화를 촉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주택에 전세신탁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신탁은 세입자가 낸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택토지보증공사(HUG)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상반기 중 시행령을 고쳐 HUG가 신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신탁을 활용하면 전세사기가 문제되더라도 즉각 반환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 대신 전세신탁에 가입할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전세 대신 월세를 받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이미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은 6.5%다.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를 받는 대신 굳이 전세를 받아 신탁에 예치한다면 전세금을 예치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연 6.5%를 웃돌아야 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전세신탁을 두고 “지금은 원하는 사람에 한해 예치금을 받겠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강제로 일정 금액을 내라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기는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전세 제도의 존재도 신탁 예치를 막는다. 필요한 만큼 목돈을 조달하고 남은 돈은 월세로 받을 수 있는만큼 굳이 전세금을 신탁 기관에 예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세신탁을 도입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전세사기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공공기관이 맡아서 관리하면 떼일 위험이 없기 때문에 전세신탁을 임대인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금과 월세를 자유롭게 운용하고 싶은 임대인과 신탁을 요구하는 임차인 간 갈등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계약 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는 전세금의 강제 예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사인 간 거래로 생긴 금액을 강제로 예치하도록 하려면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만약 이렇게 법을 개정하려 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전세 신탁의 대상을 민간임대사업자로 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지금도 의무적으로 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해야 하는 만큼 보증료를 깎아주거나 세제 혜택 등으로 신탁 가입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신탁 예치금의 수익률이 될 전밍이다. 운용 수익에 보증료 감면·세제 혜택을 더해 전월세전환율에 준하는 정도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공공기관이 보증하는 신탁에 관심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공단의 연 평균 수익(6.82%) 정도를 낼 수 있다면 오히려 임대사업자가 앞다퉈 신탁에 가입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의 개념만으로는 강제성 없이는 임대인이 전세 신탁에 가입할 유인이 없다”며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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