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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엄마, 보고 싶어요” 눈물 쏟던 상주의 반전…부모·형 죽인 진범이었다

입력2026-02-03 00:10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인 박재박이 가족을 살해한 아파트 현장에서 범행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 뉴스1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인 박재박이 가족을 살해한 아파트 현장에서 범행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 뉴스1

“엄마가 보고 싶어요.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던 말이 계속 떠올라요”

13년 전인 2013년 2월 3일 새벽. 전북 전주의 한 콩나물공장에서 박재박(당시 25세)씨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번개탄을 피워 숨진 것으로 추정됐던 일가족 사망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남았던 그는 존속 살인 혐의를 받게 됐다.

◇ 안방엔 부모님, 작은방엔 형…연기 속의 생존자=나흘 전인 1월 30일 오전 11시.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살려달라, 빨리 와달라”는 박 씨의 다급한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 안은 이미 일산화탄소로 가득했다. 안방에서는 부모님이 작은방에서는 결혼을 앞둔 친형이 각각 쓰러진 채 발견됐다. 세 사람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고 박 씨만 유일하게 목숨을 건졌다.

현장에는 각 방마다 연탄 화덕이 놓여 있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형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잠들었고 깨어나 보니 연기가 가득했다”고 진술했다. 전형적인 ‘동반 자살’로 보였던 사건이었다.

◇유서 없는 죽음…박재박 “범인은 형”=경찰은 곧 의문을 품었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부친은 수십억대 자산가에 형 역시 사업이 번창하던 중이었다.

수사가 시작되자 박 씨는 돌연 “형이 사업 문제로 힘들어하다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 같다”며 죽은 형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 실제 형의 차량에서 연탄이 발견되고 자살 암시 문자까지 전송된 것이 확인되며 박 씨의 주장은 힘을 얻는 듯했다.

◇“문자 표현이 달랐다”…형을 둘러싼 반전 증언=친형의 여자친구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새벽까지 함께 있었고 차량에서 연탄을 본 적도 없다”며 “문자 표현 역시 평소와 달라 이상했다”고 진술했다. 동업자 역시 “가게 운영에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정적 단서는 부검 결과였다. 사망 시점과 박씨가 주장한 범행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여기에 부친이 사망 당일 새벽, 직원에게 ‘오늘 출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가족 모두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정황이었다.

◇상주 노릇 뒤 세차…덜미 잡힌 결정적 단서=박씨는 장례식에서 상주로 나서 조문객을 맞았다. 그러나 장례가 끝난 직후 경찰이 확인한 박씨의 차량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당시 박씨의 차량을 확인한 경찰은 “차가 지나치게 깨끗했다. 세차한 지 얼마 안 돼 보였다. 장례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텐데 세차를 하다니 증거 인멸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의 지인도 경찰서를 찾았다. “박씨 부탁으로 차량을 세차했고 그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지인들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모습. 연합뉴스
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모습. 연합뉴스

◇졸피뎀·연탄…두 차례에 걸친 계획범죄=수사 결과 충동적인 범행이 아니었다. 박씨는 사건 약 3주 전에도 부모를 가스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당시 부모는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두 번째 시도는 더 치밀했다. 박씨는 친구 명의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음료에 섞어 부모와 형에게 먹였고 이들이 잠든 사이 각 방에 연탄 화덕을 놓았다. 이후 일정 시간이 흐른 뒤 119에 신고했다. 본인에게서만 일산화탄소 농도가 낮게 검출된 이유였다.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박씨는 조사 과정에서 “재산을 노린 범행은 아니다”며 “엄마가 보고싶다. (엄마가)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던 말이 계속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족 간 갈등, 부친에 대한 강박과 분노, 왜곡된 인식이 범행의 동기라고 판단했다.

심리 분석 결과 박씨는 사이코패스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획성과 은폐 시도, 타인에게 죄를 전가하려 한 행태는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1심과 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고 가족 3명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반인륜적인 범죄인 데다 치밀한 계획, 잔인한 수법, 범행 후 증거 인멸 등에 비춰 범행이 중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경우 인간 존엄의 근원인 생명을 빼앗는 것(사형)보다도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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