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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율주행에 강점…‘피지컬AI 주도권’ 목표로 매진해야”

■최준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본격 상용화 불과 2~3년 전, 韓 아직은 늦지 않아

핵심은 AI와 결합…데이터와 실증이 경쟁력 좌우

오픈 생태계 글로벌 표준, ‘산학연 협력모델’ 필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생산에서 서비스로 바뀔 것

입력2026-02-02 18:01

수정2026-02-02 21:21

지면 29면
김현수

김현수

논설위원

최준원 서울대 교수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오픈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최준원 서울대 교수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오픈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현장은 모빌리티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알파마요’는 ‘바퀴 달린 AI’ 시대를 선언했고 현대자동차의 피지컬 AI ‘아틀라스’는 모빌리티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국내 자율주행 산업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한국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증 거리나 투자액으로 보면 미국·중국과의 기술력 차이는 분명하다. 지난해 7월 기준 자율차 누적 실증 거리는 미국 웨이모가 1억 6000만 ㎞, 중국 바이두가 1억 ㎞에 달하지만 한국은 업계 전체가 1300만 ㎞에 못 미친다. 투자 금액 역시 2024년 말 기준 중국 바이두는 36조 원, 미국 웨이모는 14조 원을 넘어섰지만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선두 주자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820억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최준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은 불과 2~3년 전”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급한 평가가 아니라 AI 중심의 기술 전략과 개방된 산업 생태계로 방향을 잡고, 축적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증 경험과 투자액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과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이어 “한국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를 보유하고 있고 대학·기업·정부 간 협력 체계도 잘 갖춰진 만큼 자율주행에 성공하기 매우 좋은 구조”라며 “AI 확장에 가장 적합한 산업인 자율주행차의 성공이 피지컬 AI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논설위원의 청론직설
김현수 논설위원의 청론직설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은 2~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짧은 기간에 완성형 기술을 만들어내기는 어느 나라든 쉽지 않다. 한국이 뒤처졌다고 보기보다는 미국과 중국이 매우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간 측면이 크다. 중요한 것은 늦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다.

-방향성은 제대로 잡혀가고 있나.

△핵심은 AI 생태계와의 결합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 위치와 미국·중국의 전략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AI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다만 AI 모델만으로는 자율주행을 완성할 수 없다. AI를 실제 차량에서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시스템 기술과 자동차 데이터를 수집·가공·활용하는 역량이 함께 필요하다. 자율주행은 AI, 자동차공학, 데이터 기술이 결합된 종합 기술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 수준은.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가 주변 환경 데이터를 수집·인지하고 이를 AI 딥러닝으로 분석해 돌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자율주행의 메커니즘이다. 불과 2~3년 전에는 규칙 기반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E2E(End-to-End) 신경망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E2E는 인지부터 주행까지를 단일 신경망으로 처리·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다양한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테슬라의 FSD 역시 카메라 기반 데이터를 수집해 E2E 학습을 한다. 알파마요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판단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추적 가능하도록 했다. 같은 E2E 학습이지만 FSD가 ‘보는’ 자율주행이라면 알파마요는 ‘생각하는’ 자율주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

-테슬라의 FSD도 충격이지만 샤오미도 놀랍다.

△자율주행 발전의 근본 기술이 AI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은 AI 선두 주자이며 빅테크들이 자율주행에 AI를 접목한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OEM)이지만 AI 기업에 가깝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AI를 육성했고 막강한 인력 풀이 있다. 최근 최상위급 자율주행 논문 10편 중 7편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 3위 완성차 업체를 보유한 한국이 늦은 것은 아닌가.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구조다. A에서 B로 바로 전환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완성차 업체가 AI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독일이나 미국의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테슬라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지 못했다. 테슬라나 웨이모는 AI 기업이며 AI 기반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 우리 역시 AI 투자를 늘리고 주행 데이터를 수집·학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경험하며 자율주행이 곧 올 것처럼 느끼지만 고속도로에서 차선과 간격을 유지하는 수준과 도심에서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자율주행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최준원 서울대 교수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오픈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최준원 서울대 교수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오픈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자율주행 기술의 오픈 생태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AI 분야에서는 이미 오픈 생태계가 글로벌 표준이다. 알파마요 같은 모델도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반면 반도체 같은 제조업은 공정 레시피 문제로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이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자율주행 AI는 다양한 데이터와 시행착오를 통해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기업·대학·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효율적이다.

-‘소버린 AI’는 자율주행에도 필요한가.

△국내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는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오픈소스 AI를 활용해 국내 기술로 내재화하고 사업화해야 한다. AI는 완전히 백지에서 출발하는 산업이 아니다. 공개된 모델을 기반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만들고 활용하느냐다. 해외 기술을 도입해 업그레이드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를 보유한 한국이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내연기관, 반도체, 스마트폰 산업 모두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만큼 자율주행 기술 역시 독자적인 E2E 자율주행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바람직한 자율주행 생태계 구성은.

△중국과 같은 협력형 생태계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통신 인프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플랫폼 등이 구축되면 완성차 업체는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중소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자연스럽게 조달할 수 있다. 현대차의 포티투닷처럼 자율주행 경험이 풍부한 기업들이 생태계에 참여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간 협력도 중요하다. 국내 자율주행 기업이 AI 전문 인재를 직접 유치하기 어려운 만큼 대학 인재를 활용해 자율주행 특화 AI를 개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서울대 자율주행연구실의 자율주행 AI 모델은.

△정부 지원을 받아 E2E 자율주행 AI 모델을 개발해 공개할 예정이다. 초기 모델이지만 기업들이 각자의 데이터로 실험하고 개선하면서 경험을 축적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지원하고 대학이 모델을 개발하며 산업계가 이를 적용·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자율주행 성능은 결국 데이터에서 나온다. 실증 단지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광주 실증 단지는 플랫폼으로서 의미가 크다. 정부가 마음껏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준 셈이다. 가상현실 기반 데이터 수집도 있지만 한계가 있으며 실데이터를 보완하는 역할에 그친다. 이런 점에서 실증 단지는 한 지역에 국한될 필요가 없고 장기적으로는 전국 단위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가 개막한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에 마련된 엔비디아 부스에 AI 자율주행 시스템 알파마요 스택이 탑재된 벤츠 차량이 전시돼 있다. 라스베이거스=조태형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가 개막한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에 마련된 엔비디아 부스에 AI 자율주행 시스템 알파마요 스택이 탑재된 벤츠 차량이 전시돼 있다. 라스베이거스=조태형 기자

-언제쯤 레벨4가 상용화될까.

△레벨4 자체보다 상용화가 핵심이다. 기술은 점진적으로 완성되고 있으며 이제는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할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비용을 우려하지만 자율주행은 오히려 인력 개입을 줄여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비즈니스 포인트도 차량 판매에서 서비스 판매로 전환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인가.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나 테슬라의 지향점 역시 모빌리티 서비스다. 현대차 또한 마찬가지다. 레벨4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창출된다. 차를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차가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바뀐다.

-자율주행이 노동 구조나 물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자율주행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율주행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하게 설계해 상생할 수 있다. 운용, 관리, 기술 지원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타다 갈등과는 다른 문제다. 자율주행차에 라이선스를 부여하면 운행과 대여를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도 가능하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방향성과 지속성을 중시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산업이 아니다. 정부는 실증 환경과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고 산업과 학계가 축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He is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후 전기및컴퓨터공학부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어바나 섐페인 일리노이주립대 전기및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2013년 미국 퀄컴 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2013~2024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2024년부터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와 협동과정인공지능대학원 교수로 AI 및 자율주행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산업통상부 AI 미래차 M.AX 얼라인언스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2E 자율주행, 휴먼 행동 검출 및 인식 등 자율주행과 피지컬 AI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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