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빅테크에 ‘메모리 쇼크’…“삼성·하닉 황금기”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39>

젠슨 황·머스크 “메모리 병목 가장 우려”

내년 삼성·SK 영업익 540조 원 돌파 전망

HBM·eSSD 고부가 제품 중심 수익 폭발

입력2026-02-04 06:30

일론 머스크와 시본 질리스가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클럽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에린 엘모어 미 국무부 재외공관 예술 프로그램(Art in Embassies)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와 시본 질리스가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클럽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에린 엘모어 미 국무부 재외공관 예술 프로그램(Art in Embassies)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AP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잇달아 ‘메모리 병목’을 경고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난이 심화하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시장의 키를 쥔 ‘슈퍼 을(乙)’로 부상하며 내년 합산 영업이익 540조 원 전망까지 나왔다.

3일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317조 3790억 원(영업이익률 49%)과 225조 3540억 원(73.9%)으로 제시했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만 542조 7330억 원에 달해 지난해(90조 8000억 원)보다 6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영업이익 또한 삼성전자 245조 6860억 원, SK하이닉스 179조 4280억 원으로 역대급 실적이 예고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빅테크 중 내년 영업이익 1위로 꼽히는 엔비디아(311조 8000억 원)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실적 왕’에 등극하게 된다.

빅테크 수장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젠슨 황 CEO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며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탓에 공급망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머스크 CEO 역시 “반도체 확보에 실패하면 ‘칩 벽(chip wall)’에 부딪힐 것”이라며 “물량 확보가 회사의 생존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자 우위 속에 양사는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박준덕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최근 장기공급계약(LTA)은 단순 구매 의향이 아닌 상호간의 강한 약속(Commitment)이 반영되는 추세”라고 설명했고,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 역시 “올해 HBM 생산능력 전량이 매진됐으며 고객사들이 2027년 이후 물량까지 조기 확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신 가지 시놉시스 CEO는 “지금은 메모리 기업들에게 황금기(Golden time)”라며 “부족 현상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C.C. 웨이 TSMC CEO가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 테크 기업 경영진과의 만찬 자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C.C. 웨이 TSMC CEO가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 테크 기업 경영진과의 만찬 자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D램 이익률 80% 시대 온다”…반도체 ‘더블 업’ 쇼크의 실체

서버용 D램값 3개월 만에 100% 급등

주문 반도 못 채워 ‘공급 절벽’ 현실화

“제조업 맞나” SW 기업 능가 수익성

“이제 반도체는 부르는 게 값이다. 2026년은 공급자(Supplier)가 모든 룰을 정하는 ‘슈퍼 셀러’의 해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7년 합산 영업이익 약 540조 원이라는 믿기 힘든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에는 치밀한 데이터가 뒷받침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최근 발간한 ‘메모리-더블 업(Memory-Double Up)’ 보고서는 현재의 반도체 시장을 단순한 호황기가 아닌 가격과 이익이 동시에 두 배로 뛰는 구조적 대변혁기로 정의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1분기부터 시작될 가격 충격(Price Shock)을 예고했다.

당장 1분기에 닥쳐올 가격 인상 폭부터가 인상적이다. 보고서는 1분기 서버용 DDR5 D램의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1기가비트(Gb)당 0.7달러 수준이던 평균판매단가(ASP)가 불과 3개월 만에 1.3~1.5달러로 수직 상승한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호황기에 분기당 10~20%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상승세는 ‘폭등’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다. 모바일용 D램 역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압박 호소에도 불구하고 60~70%의 가격 인상이 예고됐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이 개막한 지난해 10월28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에 마련된 K-Tech 쇼케이스‘ 에어돔 내 SK그룹 부스에서 관계자가 HBM4를 소개하고 있다. 경주=조태형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이 개막한 지난해 10월28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에 마련된 K-Tech 쇼케이스‘ 에어돔 내 SK그룹 부스에서 관계자가 HBM4를 소개하고 있다. 경주=조태형 기자

낸드플래시 시장도 다급하게 돌아가기는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필수재로 떠오른 기업용 SSD(eSSD)는 1분기에만 가격이 50~70% 급등할 것으로 관측됐다. 일반 소비자용 낸드 가격도 30~40% 오르며 전 제품군의 가격표가 교체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일부 클라우드 고객사들은 재고가 바닥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보다 더 높은 가격 인상안까지 수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은 전례 없는 공급 충격(Unprecedented Capacity Constraint)에 있다. AI 구동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올인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을 생산할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eSSD 주문 충족률(Fulfillment Rate)은 50%에 불과하다. 100개를 달라고 아무리 떼를 써도 50개밖에 줄 수 없는 ‘공급 절벽’ 상황인 셈이다.

SK하이닉스의 321단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321단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제조사들은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보고서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PC나 중저가 기기에 들어가는 모듈 업체(Module Makers)에 대한 웨이퍼 할당량을 전년 대비 40%나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돈이 되는 빅테크 기업에 우선 공급하기도 벅차다는 뜻이다. 이는 중소형 세트 업체들의 연쇄적인 부품난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게는 그야말로 황금기가 펼쳐진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이 80%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했다. 1만 원어치를 팔면 원가 등을 떼고도 8000원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이는 제조업의 상식을 파괴하는 수준으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조차 달성하기 힘든 ‘꿈의 마진’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역시 올해 71.7%, 내년 71.9%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람객이 삼성전자 HBM3E(5세대)와 HBM4(6세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람객이 삼성전자 HBM3E(5세대)와 HBM4(6세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이 같은 ‘슈퍼 사이클’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메모리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공장 증설은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지금의 공급 부족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형(레거시) 공정을 최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2027년까지는 공급자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 원에서 21만 원으로 24% 상향 조정했고, SK하이닉스는 84만 원에서 110만 원으로 31% 올려 잡았다. 보고서는 “시장은 아직 이 거대한 이익 사이클의 초입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지금은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을 논할 때가 아니라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궁금한 사항이나 건설적인 논의, 제안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 메일 gap@sedaily.com로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후속 취재해 다음 시리즈에 반영하겠습니다.

갭 월드
갭 월드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