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푸드테크는 기후위기 열쇠…규제 대전환 필요”
■권오상 서울대 푸드테크센터 객원교수 및 월드푸드테크협의회 부회장
식량 안보·고령화 해법으로도 제시
대체육 개발·스마트팜 확산 지원
획일적 규제·표준 부재 등이 발목
퍼스트무버 허용 범위 재정비하고
산학연정 협력 늘려 세계화 나서야
입력2026-02-03 17:19
수정2026-02-05 19:28
지면 31면
“푸드테크는 기후위기·식량 안보·초고령화를 극복하는 열쇠입니다. 정부는 글로벌 퍼스트 무버(선도자)를 키울 수 있게 규제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대전환을 꾀하고, 대학은 기업과 함께 실증연구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권오상 서울대 푸드테크센터 객원교수(월드푸드테크협의회 부회장)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식품 제조·유통·외식 등에 로봇·인공지능(AI)·바이오 등을 융합한 게 푸드테크”라며 “작년 말 ‘푸드테크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시행됐으나 표준 정립, 규제 혁파, 산학연정 공조 등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학교 개발행정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보건복지부와 국무총리실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장·식품안전정책국장을 거쳐 조직의 2인자인 차장을 지냈다.
그는 2년 전 식약처를 나올 때 기업과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스카우트 제안을 뿌리치고 푸드테크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대학으로 적을 옮겼다. 과거 식품·바이오헬스케어·화장품 등의 인허가와 안전을 책임졌던 입장에서 신기술의 발목을 잡는 규제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 겸 월드푸드테크협의회장과 의기투합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푸드테크 산업 발전 방안을 만드는데도 앞장섰다. 권 교수는 “공직 시절 안전을 위해 혁신을 멈춰 세우거나 혁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었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배의 평형수를 맞추다가 이제는 그 배가 미래라는 미지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엔진을 설계하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푸드테크 분야는 아직 제도와 산업 구조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기술 검증, 표준 설정, 규제 해석, 산업 적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대체육·배양육 개발, 스마트팜 확산, 농식품 제조 및 외식 현장의 로봇 확대 등과 함께 지난해 136억 달러를 넘긴 ‘K-푸드’ 수출 확대도 뒷받침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그는 식약처 차장 시절 건강기능식품 원료 규제 혁신, 개인 맞춤형 화장품의 제조·판매 체계 확립, AI·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차등화된 규제 개념 정립에 나섰지만, 선도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규제 환경을 구축하는데 미흡했다고 고백했다. 정부의 획일적 기준 적용, 부처별 칸막이, 통제 중심의 정책 설계로 인해 민간의 속도와 다양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기술이 등장하면 정부는 여전히 기존 법령에 맞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등을 먼저 묻는 게 관행이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행인을 침대에 눕혀 키가 크면 자르고 작으면 늘려 죽인 일화에서 유래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연상될 정도다.
대학 역시 논문은 많이 내놓지만, 신기술 실증에는 거리를 두며 실패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다는 게 권 교수의 지적이다. 서울대 푸드테크 계약학과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도와 서울대 푸드테크 최고책임자 과정을 운영하면서 느낀 소회다. 결국 정부와 대학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식품·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 등의 퍼스트 무버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위험을 피해 해외에서 먼저 실증한 뒤 추후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는 “정부에서 끊임없이 규제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운영 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며 “규제 당국이 퍼스트 무버에게 어떤 조건에서 어느 단계까지 시장 진입을 허용할 것인지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AI 시대 규제 체계는 혁신의 주체가 마음껏 질주하면서도 동시에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가이드레일’처럼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학연정이 푸드테크 산업의 연구·표준·산업화·글로벌 확산을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울대 푸드테크센터와 월드푸드테크협의회가 과천시·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과 함께 학술 연구·과학적 검증·실증 지원, 표준 수립·활용·확산, 글로벌 푸드테크 포럼·콘퍼런스 개최, 과천·포항·의성 푸드테크 창발센터 구축, 정책 제언 등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권 교수는 “대체식품, 조리 로봇, 데이터 기반 맞춤형 식단 등 신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마련해 ‘K-푸드테크’의 세계화에 나서야 한다”며 “기업도 안전과 투명성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신뢰 자본’을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