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금리 뛰자 주담대 6% 돌파…가계대출 규제에 더 오른다
[시장금리의 역습]
■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가계
국고채 상승에 은행채 5년물 3.7%
0.1%P 오르면 이자 9000억 늘어
총량 줄이려 금리상승 사실상 용인
입력2026-02-03 18:40
수정2026-02-03 23:58
지면 2면
이달 2일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08%포인트 오른 연 3.725%에 거래를 마쳤다. 3.737%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20일을 빼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024년 6월 4일(3.712%) 이후 한 번도 3.7%를 넘은 적이 없다. 국고채 금리의 상승세에 은행채도 큰 틀의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만기 혼합형) 상단이 지난해 6월 말 5.03%에서 이달 3일 5.88%로 0.85%포인트 급등한 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 은행채 5년물은 주담대의 지표 금리 역할을 한다.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미 6%를 훌쩍 넘은 6.4%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935조 원이다. 은행권에서 주담대 금리가 1%포인트만 뛰어도 9조 원가량의 추가 금융 부담이 국가 경제에 가중되는 셈이다. 0.1%포인트만 해도 9000억 원에 이른다.
신용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년 만기, 1등급 기준)는 지난해 6월 말 3.58~5%에서 이날 3.94~5.35%로 상승했다. 7개월 사이 신용대출 금리 수준이 0.35%포인트가량 뛴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의 수익률 역시 이달 2일 2.98%를 나타내 1개월 전(2.78%)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대출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시장금리가 당분간 고공 비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IBK투자증권에 의뢰해 각 분기별 한국 국고채 3년물 평균 금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경제성장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비펀더멘털 요인이 금리에 미친 효과는 -0.87%포인트로 나타났다. 전 분기(-1.76%포인트)와 비교하면 약 0.9%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이는 국고채 금리 상승에 경제의 체력과 관계없는 외부적 요인이 많이 기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225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고채 공급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따른 수급 요인이 더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멈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경제 펀더멘털 외의 요인에 따른 금리 상승 영향분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최근에는 물가 수준이 시장금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졌다”며 “실제 경기 수준에 비해 가계대출 금리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국채금리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은 4.279%를 기록해 1개월 전(4.195%)보다 0.084%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의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미 국채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금융정책 기조가 대출금리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 또한 있다. 금융 당국은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통해 주담대 한도를 2억~6억 원으로 묶고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금융 당국은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수준인 1.8%보다 낮게 관리할 방침이다.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잔액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65조 8131억 원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계대출 금리 상승을 금융 당국이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자연스럽게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라며 “지난해부터 계속 기준금리가 내려오던 흐름과 달리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은 이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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