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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 고발에 바로 수사 착수”…기업들 소송하다 날샐 판

■李대통령 ‘전속고발권 폐지’ 언급

李 “국민에게 고발권 주든지 해야”

사법 대응 여력 부족한 중기 더 혼란

여러 기관 중복수사·인력 낭비 우려

리니언시 제도 유인 요소도 사라질듯

입력2026-02-03 18:55

수정2026-02-04 00:07

지면 29면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이 너무 크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를 폐지함으로써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기업 경영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권한이 너무 크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든지 아니면 일정 숫자 이상의 국민들에게 고발권을 주든지 그렇게라도 풀어야 한다”며 “밀가루·설탕은 중소기업과 관계없고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 소비자가 비싼 빵 먹었지 않나. 그 소비자가 알아도 고발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이 자리에서 “고발권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 쪽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시장 지배력 남용, 독점이나 불공정거래 행위 등의 사안으로 기업을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은 공정위가 가지고 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29조는 “제124·125조(벌칙)의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 △지주회사 등의 행위 △상호 출자 △부당한 공동 행위 △불공정 행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보복 조치 등을 조사해 검찰 등에 고발하도록 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의 도입 취지는 고발 남발로 인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직접 부당 행위에 대한 행정조사를 진행한 뒤 과징금 또는 시정 조치 등 1차 제재를 가하고, 만약 혐의가 중대할 시 이를 검찰에 고발해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기업이 이를 악용하거나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기업의 부당 행위에 대한 고발 권한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공정위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다른 주체들도 기업을 고발할 수 있도록 해 고발권의 범위를 넓히고, 수사 또한 검찰뿐 아니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 역시 2022년 제20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전속고발권 폐지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전속고발권 폐지는 순기능 못지않게 역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공정위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지방자치단체까지 수사 또는 조사가 가능해지게 되면 고소·고발이 남발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견제하는 경향이 짙은 시민단체가 무차별적인 고발을 진행한다면 기업은 법적 대응에 인력과 비용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진보 진영과 시민단체는 공정위가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를 소극적으로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총수와 대기업에 대해 의도적인 고소와 고발을 남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사법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밀가루, 설탕, 전력 기기 담합 수사를 언급하면서 대기업의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국회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4년간 공정위가 고발한 담합 사건 98건 중 88건이 중소·중견기업이었다.

또 경찰과 검찰이 공정거래 관련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기업 수사가 가능해지면 바로 사안이 형사사건으로 넘어가게 돼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경찰과 검찰·공정위 등 여러 기관의 수사와 조사를 동시에 받게 될 경우 ‘이중 수사’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경영과 관련한 판단도 포함돼 있는 등 전문적인 영역이라 검찰도 공정위의 판단을 크게 뒤집지는 못한다”며 “전문성이 없이 일반 형사사건처럼 마구잡이 수사를 벌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담합 가담자 중 자진 신고자에 대해 처벌을 감면하는 ‘리니언시 제도’의 유인 요소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면 리니언시 사업자를 상대로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의 칼끝을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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