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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방적 판깨기에도 속수무책…“충격 줄일 플랜B 서둘러야”

■美 관세 25% 초읽기…관보 게재 움직임에 산업계 비상

유럽·인도 등 내릴때 韓만 올라가

수출바우처·상담창구 강화했지만

기업 84% “정부 지원 받은 적 없다”

재인상 현실화 땐 단기쇼크 불가피

“원전 등 대미투자 이행도 병행을”

입력2026-02-04 17:49

수정2026-02-04 23:40

지면 5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통상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통상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일본·인도 등 주요 경쟁국의 상호관세는 10%대로 낮아진 상황인데 한국은 당장 내일부터라도 관세율이 25%로 인상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수출 바우처, 무역 장벽 119 등 기존에 마련한 대미 관세 대응 패키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관세 즉각 인상이 관보에 실제로 게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충격 흡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에 한국 의회의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고 ‘이대로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메시지도 보내고 있지만 우리 뜻대로 미국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잘못은 미국이 했더라도 한국이 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국회만 쳐다볼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플랜B부터 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미국의 일방 조치에 우리나라가 내세울 뾰족할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우선 통상·수출 대응 예산으로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수출 바우처를 포함한 수출 지원 기반 활용 예산은 914억 원에서 1811억 원으로 늘리고 철강·알루미늄·구리 업종 관련 2차 보전 지원 사업을 29억 원 규모로 신설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기존에 운영하던 범정부 관세 상담 창구 ‘관세 대응 119’를 관세·비관세를 총괄하는 ‘무역 장벽 119’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기업들의 관세 부담은 여전한 만큼 지원을 더욱 두텁게 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세청 산하 한국원산지정보원이 지난해 10월 17일~11월 7일 3주간 미국에 상품을 직간접적으로 수출하고 있는 기업 331곳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국의 관세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 지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53곳(약 16%)에 그쳤기 때문이다. 응답한 기업 10곳 중 8곳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셈이다. 정부의 대미 관세정책 지원이 효과적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4.2%에 불과했다.

조사에 응한 한 기업은 “실제 필요한 지원보다 유사한 형태의 지원만 반복되고 있어 기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효과가 부족하다”며 “미국과의 정치적 현안을 무역·관세 문제로 전가하지 않도록 친기업적 외교·통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2차 관세 인상의 단기 쇼크가 지난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품목관세율이 25%로 인상되면 주요국 중 한국의 관세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 주요 국가의 관세율은 15%로 우리나라와 같다. 2일에는 인도에 적용했던 25%의 상호관세율을 18%로 7%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격경쟁력 격차가 벌어지면 단시간 내에 대미 수출 실적이 가파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229억 달러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원산지정보원의 설문에 응답한 기업 331곳 중 59.5%에 달하는 197곳은 수출 실적이 감소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수출 물량이 감소한 주요 산업군은 기계·설비, 전기·전자, 자동차 및 차 부품 등 제조업으로 61곳(18.4%)은 수출 실적이 20% 이상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1호 투자를 빠르게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00억 달러 전체를 당장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미국 측에서도 인정하는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관세 재인상 시사는 한국이 성의 있게 투자를 이행하기를 원한다는 협박성 전술로 보이는 만큼 국회를 기다릴 게 아니라 정부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굴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어차피 할 것이라면 대미 투자는 기회라는 관점으로 투자 약속을 끌고 가는 것이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미국 내 원전 건설, 희토류·영구자석 생산, 전력망 건설 등 에너지 분야에 중점을 두고 미국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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