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의 난항, 국익 중심 전략으로 돌파구 찾아야
입력2026-02-05 00:03
지면 31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재압박 문제를 풀기 위한 한미 간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핵심 대화 상대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지 못한 채 4일 귀국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두 차례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관세 인상 선언 이후 우리 고위 당국자들이 연이어 미국을 찾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미국 측은 한국이 대미 투자 특별법 처리를 의도적으로 지연한다는 의구심을 가진 듯하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당론 법안들은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과 달리 대미 투자 특별법은 국회 상임위원회 안건 상정조차 못하자 불신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의지를 강조했지만 미국은 관세와 관련한 한마디 언급 없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물론 한국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대미 투자의 진행이 일본·유럽에 비해 더딘 측면은 있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이 오랜 협의 끝에 도출한 한미 통상 합의를 갑자기 뒤집으며 관세 압박을 노골화하는 것은 양국 간 신뢰에 상처를 주는 처사다. 정부가 우리 국회 사정을 설명하며 오해 해소에 나섰지만 연방관보 게재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의 움직임을 볼 때 최악의 경우 상호관세 25% 재부과가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고삐를 조이며 관세 재인상 포문을 열어젖힌 것은 한층 거세질 올해 무역전쟁의 서막일 수도 있다.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국익 중심의 협상 전략을 세워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여야가 정쟁을 접고 이날 특별법 처리를 위해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대미 투자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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