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파트너냐 침입자냐…노조의 로봇 딜레마
<1부>다시쓰는 노동+경제학 ② 딜레마에 빠진 노조
AI 보급·자동화에 생산성 높아져
美 단위노동비용 2분기 연속 감소
獨·伊 등 유럽도 2년 전부터 갈등
휴머노이드 도입 결국 시간의 문제
현대차 등도 전략적 태세전환할 듯
입력2026-02-05 06:00
지면 4면
경제가 좋아져도 당신의 일자리는 늘지 않습니다..엄습하는 ‘가성비 로봇’의 공포
세계 곳곳에서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AI)을 작업장에 도입하려는 기업과 이에 반발하는 노조 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강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상황인 만큼 노조의 선택지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철강노동조합(USW)은 임금 인상, AI 기술 도입 시 보호 방안을 놓고 막판 교섭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 보호에 사측이 미적거린다며 파업을 예고했다. USW뿐만이 아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독일 SAP,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스텔란티스와 메르세데스벤츠·BMW, 금융 기업인 영국의 로이드 등 글로벌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와 AI 도입을 두고 노조와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각 노조들은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수용할 경우 노동운동의 기반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저항하더라도 기업이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 등을 추진해 당장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 등 어떻게든 노조 입장에서는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현대차 공장 도입과 관련해 “마치 노조가 기술적 발전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조명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인간과 로봇이 조화될 수 있는 타협안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 합의 없는 로봇 투입 반대’ 입장을 냈던 이전과는 달리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인 셈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로봇을 전면 거부한 산업 현장은 기술 도태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생산 물량 유지를 위한 해외 이전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눈앞까지 닥친 다크팩토리…“붉은띠 두른다고 휴머노이드 못막아”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가 공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돼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시작되면 노동운동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도입할 때 각 기업의 노동조합은 파업 등의 수단을 통해 이를 막아왔다. 아무리 첨단기술과 기계를 도입하더라도 인간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대부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시대는 다르다. 인간 노동의 대부분을 휴머노이드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도입 초기에 불과한 현재, 노조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수용하자니 노동운동의 기반인 일자리를 로봇에 모두 빼앗기고, 반대하게 되면 지금 당장 기업들은 휴머노이드를 배치할 수 있는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의 비농업부문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이 전 분기 대비 1.9%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단위노동비용 또한 직전 분기 대비 2.9% 감소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비농업부문 단위노동비용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인건비는 지난해 2분기의 경우 전 분기 대비 1.0%, 3분기에는 0.8%씩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단위노동비용은 총산출량에서 노동비용(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임금이 상승하는 와중에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한 것은 결국 AI의 도입 때문으로 분석된다.
AI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본격적인 휴머노이드 도입을 눈앞에 두면서 노동조합들은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독일 SAP SE는 지난해 AI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해 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결정했는데 독일 노동자단체들은 “강제 해고에 나섰다”며 반발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 스텔란티스에서도 지난해 말 북미·이탈리아 등에서 연쇄 파업이 진행됐는데, 특히 생산 감소와 AI 도입이 맞물린 카시노 공장은 파업 양상이 심각했다.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인 스웨덴 에릭슨 노사, 영국의 로이드은행 등도 비슷한 이유로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대립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휴머노이드의 생산이 늘고 배치가 확대되는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기는 노조 입장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도입을 반대하면 현재 사업장을 철수해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에서 휴머노이드 도입을 반대할 경우 오히려 미국이나 선진국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당장 옮길 수는 없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한국 내 신규 투자를 줄이고 해외 시설 투자를 늘려나가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등 사회적 비판이 잇따르자 최근 2주일 새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도입에 대한 반발 수위를 다소 낮췄다. 현대차 노조는 앞선 지난달 22일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반면 이날은 “기술적 진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노사 합의(대안) 없이 밀려드는 로봇에 대한 저항”이라고 주장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휴머노이드 도입은 결국 ‘시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노조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로봇 도입이나 자동화 등을 염두에 두고 사업 계획을 세우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를 노조가 마냥 반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노조의 특성 때문에 휴머노이드 도입에 따른 한국 사회의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전체 산업을 대변할 산별노조 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와중에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사업주와의 교섭이 가능하도록 한 ‘노란봉투법’ 시행 등으로 노사 합의가 쉽지 않은 구조다.
다만 일자리 감소라는 흐름을 바꿀 수 없는데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조 가입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협상 여지를 남긴 현대차 노조처럼 대부분 노조가 전략적 태세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휴머노이드는 사용범위가 광범위하고 적용범위 또한 머신러닝 등을 통해 꾸준히 늘어나기 때문에 ‘러다이트 운동’ 당시 등과 비교할 경우 관련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며 “노조 또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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