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6조 담합’ 무더기 기소에…밀가루 가격 인하 ‘시작’
입력2026-02-06 07:00
검찰이 밀가루 담합으로 6조 원에 이르는 부당 이득을 챙긴 제분업체와 전·현직 임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긴 가운데 제분업체들이 연이어 밀가루 값 낮추기에 나섰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계기로 제분업계의 고질적 담합구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밀가루 가격 담합 수사 결과가 공표된 이후 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사조동아원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원맥대 시세를 반영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고, 설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밀가루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며 밝히며 시중 유통 및 가정용 밀가루 가격을 평균 5.9% 인하했다.
앞서 ‘곰표’ 브랜드로 알려진 대한제분은 지난 1일부터 주요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했다. 곰표고급제면용(호주산), 곰표 중력1등, 코끼리 강력1등 등 20kg 대포장 제품과 유통업체에 공급되는 3kg·2.5kg·1kg 제품이 인하 대상이다. CJ제일제당, 삼양사도 가격 조정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가루 가격 줄인하는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로 촉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나희석)는 지난해 11월부터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담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지난 2일 제분사 6곳의 대표이사를 포함해 2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해 결정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는 5조 9913억 원으로 집계됐다.
밀가루 담합은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저 3사’가 인상 폭을 선제적으로 논의해 결정한 뒤 ‘마이너 4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기업들이 내부 회의 때 공정위를 ‘공선생’이라 지칭하며 “공선생한테 들키면 안 되니까 연락을 자제하자” 등의 대화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도 확보했다.
경쟁 당국의 담합 의심을 피해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한 현황도 드러났다. 제분업체들은 최초 가격 인상을 제시하는 리스크를 담당할 제분업체를 ‘사다리타기’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2000원 올리겠다고 제시한 뒤 마지막에 500원 내리고 다른 곳은 1800원 올렸다가 300원 내리자”는 식으로 최종 인상 폭은 같되 담합 구조가 들키지 않도록 설계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가 담합한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 상승했다.
제분업계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7개 제분업체는 2006년 담합 행위가 적발돼 43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다만 제분업체들은 공정위 과징금이 매출액 기준 0.5%~20%에 불과하다는 점을 악이용해 과징금을 감수하고 담합을 지속해 수익을 극대화해왔다.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민생경제 담합 품목에 대한 가격 인하 현상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수사결과가 담긴 검찰 발표내용을 주제로 한 기사를 공유하고 “검찰이 큰 성과를 냈다”며 공개 칭찬했다. 그는 “잘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기 바란다”며 “국무회의에 이를 공유하고 법정형 상한 개정 등 제도 보완방안, 담합 업체들의 부당이익 환수 방안, 부당하게 올린 물가 원상 복구 방안 등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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