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처분 관련 법률(3)[정보근 변호사의 부동산 법률을 부탁해]
정보근 법무법인 리움 대표 변호사
입력2026-02-07 20:00
정보근
법무법인 리움 대표 변호사
부동산 매각이 요즘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된 때가 없는 것 같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확정하고, 보유세도 인상할 방향임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투자 목적으로 수도권에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한 비거주 1주택자들도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보도를 보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행 총재를 역임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用方明)는 일본 버블의 가속화 요인으로 △금융완화 △은행의 공격적인 신용 창출 △조세정책(낮은 보유세와 높은 양도세)의 세 요소를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 세 요인 중 마지막 남은 규제인 조세정책까지 가동되고 있으니 버블 붕괴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이 없다는데, 가격도 많이 올랐으니 양도세 혜택이라도 받게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다.
부동산은 가계의 자산 중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만큼 매각 시 계약체결 과정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것만으로 부동산을 잘 매각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부동산 매각이후에도 부동산의 하자를 문제삼거나, 중요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각과 관련한 분쟁의 실제사례를 통해 분쟁발생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유의사항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부동산 매매계약서 작성에 있어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은 계약의 해제에 관한 내용이다. 즉, 계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본인이 이행을 지체하거나 사소한 의무 위반이 있을 경우에도 계약 해제를 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계약 체결 당시 이런 저런 얘기를 했고, 상호간 양해 하에 계약을 체결하였으니 계약서에 중요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 추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불이익을 입게 된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어보자. 매수인은 오피스텔 호실을 분양받았는데, 시행자인 오피스텔의 매도인은 분양일로부터 3년 가량 지난 시점에서야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정명령의 사유는 분양 당시 광고에 지구단위 계획 수립여부를 누락하였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분양계약서에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었다. 이 사건 원심 판결을 포함한 많은 하급심 판례들은 시정명령의 사유가 경미한 것이라면 계약서의 해제 조항에도 불구하고 분양 후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의 경중이나 다른 요소를 고려하여 해제권 발생 여부를 따져 볼 수는 없고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필자 또한 다수의 시행사와 신탁사 등을 대리하여 위와 같은 유형의 분양계약 해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형평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법원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강조한 취지는 계약서의 작성단계에서 주의깊게 고려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와 같은 대형 오피스텔 매각과 같은 경우는 물론 개인간의 부동산 매매에서도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조항이 계약해제 조항이다. 따라서 해제권 발생 사유나 해제 요건이 나의 상황이나 여건상 불리하게 작성된 것은 아닌지 문구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계약해제 관련 조항 관련 분쟁 못지 않게 자주 발생하는 부동산 법률 분쟁의 유형이 있다. 매수인이 부동산에 하자가 있음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이다.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에 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본인이 알고 있는 숨겨진 하자에 대해 미리 고지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알지 못하는 하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면책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매도인에게 유리하다. 알지 못한 하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을 판 사람은 알지 못한 하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의 법리다.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토지소유자가 해당 토지에 건물을 건축하려는 시행사에게 토지를 매각했다. 그런데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파보니 해당 토지의 지하에 오염된 토양이 포함되어 있었고, 시행사는 토양을 정화하는 비용을 매도인에게 청구하는 소송까지 제기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행사는 정화 비용을 받지 못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 이유는 매매계약서에 있었다. 매매계약서상 토지 매도인은 토지를 현상 그대로 인도하며, 매수인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책임 제한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자담보책임 조항은 하자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대신, 하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합의를 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매도인인 이러한 점을 잘 알고 계약서 에 면책 특약을 넣은 결과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계약이 아닌 가계약금의 형태로 매매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가계약금의 반환 및 배액배상 관련 분쟁도 자주 발생한다. 문제는 매도인이 마음을 바꾸어 매물을 거두어 들이고자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입금했으니 계약이 성립한 것이고, 따라서 계약을 해제하려면 가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과연 매도인은 계좌로 입금된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만 하는 것일까.
실제사례를 들어보자. 꼬마빌딩의 소유자인 매도인은 중개사무소를 통해 매도 중개를 의뢰하였고, 사옥으로 쓸 건물을 찾고 있던 매수인 역시 다른 중개사무소에 의뢰를 하였다. 매도인과 매수인의 공인중개사들은 협상을 통해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액수와 지급일정을 합의하고 문자로 합의 내용을 서로 공유하였다. 매수인은 계약금 3억 원 중 일부인 1억 원을 당일 매도인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그런데, 매도인은 이틀 후 매도 의사를 철회하였고, 매도인은 가계약금으로 받은 1억 원만 반환하고자 하였으나, 매수인은 계약금 배상 원칙에 따라 1억 원을 더 받아야겠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법원은 매수인의 손을 들어주어, 매도인은 이미 지급받은 가계약금에 1억 원의 해약금을 추가하여 반환하도록 판결했다. 위 사안은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여 비교적 계약의 중요내용이 특정된 경우였다.
그러나, 매도인의 입장에서 가계약금만 반환하여도 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계약의 중요내용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단계에서 가계약금이 입금된 경우에는 매도인이 가계약금만 반환하고 계약의 진행을 중단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매매대금,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액수 및 지급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 계약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 가계약금이 통상적인 계약금(매매대금의 10%)보다 현저히 소액인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으로 가계약금 금액도 커지다보니 법률전문가로부터 충분한 상담을 받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거래에 있어 통상 사용되는 계약서는 한장짜리로 간략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계약서가 동일한 것이 아니므로 위에서 살펴본 내용들이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매수인의 의무사항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면 특약사항 란에 꼼꼼히 기재하여야 한다. 계약을 중개하는 입장에서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특약사항 작성에 소극적일 수 있다. 그러나 추후 분쟁을 해결하는데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신중하고 꼼꼼하게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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