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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나라 vs 공학자의 나라…승자는 누구인가

■브레이크넥(댄 왕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美, 법률가 정치·사회 곳곳 포진

사법가치 최우선…제조업 쇠락 초래

中은 엔지니어가 최고위층 차지

압도적 제조 역량 바탕 고속 성장

숫자·효율 매몰 공학사고 한계도

입력2026-02-06 17:55

수정2026-02-06 23:49

지면 17면
브레이크넥. 사진 제공=웅진지식하우스
브레이크넥. 사진 제공=웅진지식하우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세계 경제에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두 강대국이 충돌할 때마다 전 세계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가 출렁거린다. 두 나라와 정치·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우리나라 역시 미중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 속에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중국 분석가인 댄 왕은 ‘변호사의 나라’와 ‘엔지니어의 나라’라는 독창적인 프레임으로 두 초강대국의 서로 다른 작동 방식과 미래 설계를 조망한다. 변호사의 나라는 기존 질서를 흔드는 도전을 가로막고 방어하는 데 능하지만 엔지니어의 나라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혁신에 강점을 보인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두 나라는 최고 권력자의 전공부터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공학자와 기술자를 정부 최고위층으로 끌어올렸다. 2022년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 의결 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이 모두 공대 출신이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칭화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이 같은 권력 구조는 숨 막힐 듯 빠른 속도로 건설과 생산을 장려하는 중국 특유의 ‘공학 국가 정신’으로 이어졌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한 ‘숨이 넘어갈 듯 빠른’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브레이크넥(breakneck)’은 중국을 설명하는 단어다.

반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법학을 전공한 대통령은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7명,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범위를 넓히면 30명에 가깝다. 미국 하원의원 중 절반 이상도 법학 관련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법률가들이 정치를 비롯해 미국 사회 곳곳에 포진하면서 규제와 소송 등 사법적 절차가 미국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 제조업체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미국의 자동차·반도체 기업이 쇠락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월가의 투자 문화도 미국 제조업이 무너지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월가는 자본이 적게 드는 소셜미디어·검색엔진 등 디지털 플랫폼 분야 투자에 집중했지만 제조업 투자는 등한시했다. 제조업체가 중국 등 해외로 옮겨가면서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본적인 물자조차 조달하지 못하는 ‘제조업 공동화’의 민낯을 드러냈다. 반면 시 주석은 “실물 경제가 모든 것의 기반인 만큼 절대로 탈산업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미국과 정반대의 행보다.

기술 혁신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접근 방식 역시 사뭇 다르다. 미국은 최초의 태양광 전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최초의 비행기와 같은 발명의 순간을 기념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신제품이 대량 생산되는 작업 현장에서 기술 혁신이 시작된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 종사자는 1억 명이 넘는데 이는 미국의 8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러한 상황을 빗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금형 전문가를 모으면 당장 회의실 하나를 채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중국에서는 축구장 여러 곳을 채우는 일도 어렵지 않다”고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국가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제조업과 하드웨어 역량을 갖춘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게 될까. 이에 대해 저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엔지니어적 사고 속에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공학 국가의 취약점과 한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어서다. 1980년대 시작된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코로나19 기간 강압적인 방역 조치는 숫자와 효율에 매몰된 공학적 사고의 폐해로 꼽힌다.

그렇다면 한국은 ‘변호사의 나라’와 ‘엔지니어의 나라’ 중 어느 쪽일까. 굳이 구분한다면 ‘변호사의 나라’에 가까워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미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4명이나 나왔고 현재 국회의원 5명 중 한 명은 법조인 출신이다. ‘타다 금지법’으로 대표되는 신산업 규제도 ‘변호사의 나라’가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미국이 법률가 중심의 시스템을 극복하려면 고위층에서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나라에도 유효한 충고다.

“가장 중요한 미국의 미덕은 다원주의에 대한 믿음이다. 다시 말해 법률가뿐만 아니라 공학자, 경제학자, 그리고 다른 인문학자까지 모두 나서 국가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424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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