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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실현 外人 이달만 11조 팔아치워…“코스피 추세 하락은 아냐”

[변동성 커지는 증시]

■하루 221P ‘롤러코스피’

AI 과잉투자·달러 강세 등 맞물려

상승률 세계최고 韓 최우선 매도

삼전·하닉만 10조원 가까이 팔아

전문가 “설연휴까지 변동장 지속”

입력2026-02-06 18:04

수정2026-02-06 23:36

지면 3면
6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5% 넘게 급락해 4900선이 깨졌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147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6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5% 넘게 급락해 4900선이 깨졌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147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외국인이 이틀 연속 역대급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하루(3일·7170억 원)를 제외하고는 ‘셀 코리아’를 이어가면서 코스피에서만 무려 11조 1191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주요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에 대한 회의론과 차익 실현 매도가 맞물려 순매도 폭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미국의 1월 비농업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CPI) 보고서 발표가 예정된 만큼 설 연휴 전까지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익 실현 움직임에 따른 증시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4.43포인트(-1.44%) 하락한 5089.14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에 221.47포인트 폭으로 오르내리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 1747억 원, 9597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

코스피 하락장을 이끈 것은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였다. 외국인은 5일(5조 385억 원)에 이어 이날도 코스피에서만 3조 3226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만 누적 순매도 규모는 11조 1191억 원어치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시가총액 1·2위의 반도체주를 위주로 팔아치우면서 코스피 약세장이 지속됐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5조 641억 원, 4조 726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스퀘어(-4644억 원), 현대차(-3959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583억 원), 카카오(-1763억 원) 위주로 팔자세를 보였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전날보다 각각 0.44%, 0.36% 떨어진 15만 8600원, 83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대규모 팔자 흐름을 보인 배경으로는 ‘리스크오프(위험 회피)’ 투자심리에 따른 차익 실현이 거론된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단기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만큼 신흥국 비중을 늘려온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을 차익 실현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스피는 올 들어서만 약 23% 뛰었다. 유가증권 시장은 반도체주 위주로 상승 폭이 컸기 때문에 순매도 종목 역시 반도체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코스피 하락 폭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달러화 강세인 점도 차익 실현 움직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5.25원까지 치솟아 1470원대로 올라섰다가 상승 폭을 줄여 전날보다 0.5원 오른 1469.5원으로 마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은 한국 등 신흥국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 순매도 움직임도) 위험 자산 회피를 위한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메타·아마존 등 빅테크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모두 AI 범주에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과열 우려 재점화’도 다른 원인으로 주목된다.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 비용 지출 계획을 밝혔지만 지출 대비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AI 거품론’이 재부상하면서 미국 빅테크에 대한 실망감이 국내 반도체주로 확산돼 매도 심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로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잉 투자 수혜 주자라는 점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실적 악화 우려가 작용했다기보다는 AI 투자 규모에 대한 우려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그간 상승 폭이 컸던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론 설 연휴, 장기적으로는 이달까지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미국 나스닥도 2018년 2월 반도체 랠리 당시 10.5% 빠졌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는 일시적 조정 상황으로 보여진다”면서 “설 연휴 전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였던 명절 효과 등을 고려하면 이달 까진 약세가, 3월부터는 반등 계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극심해진 변동성을 국내 증시의 하락 신호탄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서만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만큼 차익 실현을 위한 단기 조정 움직임으로 촉발된 전방위적 여진은 설 연휴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은 2027년까지 수요가 정해져 있고 실적이 받쳐주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상장지수펀드(ETF) 수급도 좋다”면서 “당분간은 5000 선에서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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