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엔 관세 인상, 日엔 “다카이치 지지”…한미 신뢰 다잡아야
입력2026-02-07 00:01
지면 23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미일 관계에서 뚜렷한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소셜미디어에서 “미일은 국가 안보 외에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이달 8일 중의원 선거를 앞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한 ‘완전하고 전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다카이치 총리를 한껏 추켜세우고 “3월 19일 백악관에서 맞이할 것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한 이례적 선거 개입으로 집권당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반면 한국을 겨냥해서는 ‘관세 25% 인상’ 폭탄을 장전하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의 통상 합의 이행 지연과 관련해 “미국 측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미 국무장관의 말을 전했다. 미국은 쿠팡 사태와 비관세장벽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한미 간 심상치 않은 기류는 안보 분야까지 확산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 인터뷰에서 진작에 시작됐어야 할 한미 안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히며 “관세 협상이 무너진 여파가 핵추진잠수함 등 안보 후속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미국에 관세 재인상의 빌미를 제공한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은 여야가 한 달 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돌파구를 찾은 듯하다. 하지만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렵사리 재확인된 동맹 간 신뢰는 국회의 늑장 입법과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총선 압승이 예상되는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보수 우경화에 속도를 낸다면 한미일 삼각 공조마저 위태로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신뢰 회복은 단지 관세 리스크를 피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안보 확립과 국익을 위해 필수적이다. 국회는 우선 한국을 향한 미국의 의구심을 걷어낼 수 있도록 특별법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한다. 쿠팡 사태 등 민감한 사안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되 어떤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여건이 아무리 달라져도 한미 동맹이 우리 경제·안보의 핵심 기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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