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월 방중 앞두고…북미 대화 숨통 틔우나
■ 美, 대북제재 일부 면제 승인
제재 근간 유지하며 반응 살펴
北, 9개월전 지원 물품도 거부
남북대화로 이어질지도 미지수
美, 韓 관세인상 압박 이어가
조현 “美 내부 분위기 안 좋다”
입력2026-02-06 18:32
수정2026-02-06 23:37
지면 6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대북 제재 면제를 승인한 것은 4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 대화의 숨통을 틔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이어져온 대북 제재의 틀은 그대로 두면서도 인도적 지원에 한해 유연성을 내비치며 대화 가능성 모색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실제로 수용할지는 미지수여서 미국의 조치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진전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재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측에 대북 인도적 지원에 한해 제재 면제 승인을 제안했고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 14개 회원국이 제재 면제 승인에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이뤄질 수 있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라 이 같은 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그동안 대체로 대북 인도적 지원에 한해 제재를 면제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면제 승인을 보류하면서 인도적 지원 물품의 대북 반출도 가로막혔다.
미국의 결정으로 조만간 대북제재위의 공식 의결 절차를 거쳐 제재 면제가 확정되면 17개에 이르는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 재개될 길이 열린다. 대북 인도적 사업의 주체는 경기도(3건), 국내 민간단체(2건), 국제기구(8건), 미국 등 해외 민간단체(4건) 등으로 보건, 식수, 위생, 취약 계층 영양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업 규모는 건당 2억~3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처럼 대북 유화 제스처에 나선 것은 4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 대화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타진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제재의 근간은 유지하면서 인도적 지원에 한해 유연한 입장을 내비치며 북한의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한을 앞두고도 “아시아 순방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인도적 지원을 수용할지는 불확실해 이번 조치가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이 제재 승인을 보류하기 전인 약 9개월 전부터 이미 북한은 국내외 단체의 인도적 지원 물품을 거부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정부 고위 관계자도 미국의 제재 면제 조치에 대해 “(대북 관계 진전을 위한) 실마리가 될 성의 차원의 조치이지 거창한 것은 아니다”라며 “북미 대화가 곧바로 재개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북미 관계 진전이 과거처럼 남북 관계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년여간 남북 관계를 기존의 ‘통일 지향의 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해왔으며 조만간 9차 당대회를 통해 이를 명문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위협 이후 한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외교 라인이 총출동해 미국 설득에 나섰지만 관세 인상 철회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하면서 관세 인상 현실화는 물론 핵잠수함 등 안보 협상과 관련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회담 시작에 앞서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에 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국 측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솔직히 공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은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이 언제 예정돼 있는지’를 묻는 서울경제신문의 질의에 “한국이 무역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기(noncompliance) 때문에 미국 정부는 조만간(in short order)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No specifics yet on timing)”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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