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요구 커지는데…우편투표 도입 제자리
재외선거 우편투표 도입 ‘공직선거법 개정안’ 1년째 계류 중
與 “접근성 개선 필요”…野 “선거 공정성 훼손 우려”
李대통령도 우편투표 도입 의지…정개특위서 논의될 듯
입력2026-02-07 06:00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가동과 맞물려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재외동포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재외선거에서 우편투표와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국회가 머리를 맞대 달라는 요구인데요. 이미 2012년부터 재외국민도 대선과 총선에 참여할 수 있지만 정작 투표소가 공관에만 제한적으로 마련돼서 실질적인 참정권이 제한된다는 겁니다. 국회에는 이미 재외선거에 우편·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해당 법안을 살펴보겠습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외선거에서 우편 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법안은 우편 투표의 방식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외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 발급기를 이용해 ‘기표식 투표용지’를 작성하고, 선거일 전 16일까지 재외거소 투표자에게 발송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후 투표자는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를 찍은 후 회송 봉투에 넣어 해당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 발송하는 방식입니다.
법안은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외선거에서 컴퓨터나 이동통신 단말장치를 이용한 전자 투·개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요. 법안을 발의한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중앙선거관위가 향후 재외선거에서 전자 투·개표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안이 담은 내용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가동하기 시작한 정개특위에서 곧 다뤄질 전망입니다. 이 시점과 맞물려 재외동포들도 법안의 통과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와 아시아한상총연합회는 지난 6일 태국 방콕의 한인회관에서 “현 재외선거 제도는 광활한 영토에 사는 재외국민의 경우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까지 수천 킬로미터 이동해 참정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며 우편투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미주한인회총연합도 지난 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투표소 접근의 한계와 시간적·물리적 제약으로 재외국민들이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안전하고 공정한 전자투표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 법안이 처음 발의된 시점은 작년 3월로 이미 1년 가까이 지난 상태입니다. 재외동포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우편투표를 도입하면 대리투표와 허위 신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외국민이 직접 공관에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하는 만큼, 가족이나 단체의 대리투표, 허위 주소 신고 등으로 선거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해외 우편시스템의 불안정성도 지적하고 있는데요. 국가별 우편 사정 때문에 분실·배달 지연으로 투표용지가 기한 내 도착하지 않거나, 회송 과정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진보 성향’이 짙은 재외국민 표심도 국민의힘의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재외국민 투표에서 민주당 성향의 후보들이 더 많은 표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정치 지형상의 불리함을 의식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재외동포청 업무보고에서 “다른 나라에서 투표할 수 있는 국민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면 안 된다”며 우편·전자 투표 도입을 추진하라고 재외동포청에 직접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이에 “(도입 관련) 우려의 의견도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재외국민이 투표를 못 하게 하는 것이 목표인 집단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