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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AI에 “여친에게 보낼 사과문 좀 작성해줘” 하더니... 성인 20%, 말하기·글쓰기 ‘기초 미달’

입력2026-02-08 03:30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말하거나 글로 생각을 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숫자만 보면 다소 추상적이지만 요즘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별 메시지, 사과문, 업무용 답장까지 AI에게 맡기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아서다.

◇ 듣기·읽기는 잘 하는데, 막상 쓰고 말하긴 어렵다

SNS 캡처, 클립아트코리아
SNS 캡처, 클립아트코리아

국립국어원이 6일 발표한 ‘제3차 국민의 국어 능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일상적 국어 능력은 영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조사 대상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20~69세 성인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능력을 나눠 평가했다.

결과는 4수준(우수), 3수준(보통), 2수준(기초), 1수준(기초 미달) 등 4개 등급으로 구분했다.

듣기와 읽기 능력은 비교적 양호했다. 듣기 영역에서 ‘우수’에 해당하는 4수준 비율은 40.6%로 가장 높았고, 읽기(33.0%), 문법·규범(29.6%)도 상위 수준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말하기와 쓰기였다. 말하기의 4수준 비율은 18.1%, 쓰기는 11.2%에 그쳤다. 반대로 ‘기초 미달’(1수준)은 말하기 19.9%, 쓰기 21.9%로 나타났다. 성인 5명 중 1명은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정리하는 데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연령·학력에 따른 격차도 컸다. 듣기 4수준 비율은 20대가 53.8%인 반면 60대는 19.2%에 그쳤고, 쓰기 영역에서는 고졸 미만 학력자의 4수준 비율이 3.9%로 매우 낮았다.

디지털 기기를 ‘하루 5시간 이상∼하루 종일’ 사용하는 집단은 ‘메신저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집단보다 읽기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은 “표현 능력은 단순 노출만으로 늘기 어렵다”며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 탐색과 독해 경험이 읽기 능력 향상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쉽게 말하기가 어려운 시대”… 사과문은 GPT가 쓴다

SNS 캡처
SNS 캡처

이 통계가 피부로 느껴진 장면이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이른바 ‘카톡 사과 대참사’다. 여행 계획을 두고 다툰 커플의 대화에서 남자친구가 정성스럽게 쓴 사과 메시지 뒤에, 실수로 함께 붙여 보낸 문장이 문제였다. “다음은 ChatGPT가 생성한 문장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까지 그대로 전송된 것이다.

이 게시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5만7000회 이상 공유됐다.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사과 한 줄도 직접 못 쓰면 연애할 자격 없다”는 비판부터 “상대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고민한 흔적 아니냐”는 옹호까지 쏟아졌다.

AI에 의존한 소통은 연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무 메일, 거래처 답장, 단체 채팅 공지까지 GPT에게 ‘말투 점검’을 맡긴다는 이야기는 일상에 가깝다. 말문이 막힐 때 혹은 오해가 걱정될 때 사람 대신 AI를 찾는 것이다.

◇ 말투 점검까지 AI에 맡기는 세대

이 흐름은 조사로도 확인된다. 진학사 캐치가 지난달 Z세대 29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보내기 전 AI에게 말투 수정을 요청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93%에 달했다. ‘자주 사용한다’는 비율도 67%로 높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격식을 맞추기 위해서’(41%), ‘무례해 보일까 봐’(37%)가 가장 많았다. 직접 대화보다 메신저가 편하다는 응답도 43%에 달했는데, 말실수 위험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어서라는 답이 주를 이뤘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본부장은 “AI는 Z세대에게 일회성 도구가 아니라 소통을 보조하는 일상 장치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의도와 진정성이 흐려질 수 있다”며 “최종 표현은 스스로 점검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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