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수사에 美 “차별”…한미 입장차 속 사태 장기화
로저스, 미 의회 청문회 참석 전망
경찰, ‘산재 은폐’ 의혹 3차 소환 검토
입력2026-02-08 10:01
수정2026-02-08 10:05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가 국회 위증 혐의와 관련해 경찰에서 14시간 가까운 고강도 조사를 받으면서 쿠팡 사태가 한미 간 인식 차 속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경찰 수사는 산업재해 은폐 의혹까지 범위를 넓히며 3차 소환 가능성도 거론되는 반면, 미국 의회는 로저스 대표를 청문회에 소환하며 ‘자국 기업 차별’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형사 책임을 묻는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정치·외교 이슈로 확산하면서 사안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차가 뚜렷해지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로저스 대표는 오는 23일 열리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의 청문회 소환은 한국 정부가 그간 강조해 온 ‘쿠팡에 대한 차별은 없다’는 설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쿠팡을 상대로 진행한 각종 조사와 청문 과정이 집중 조명되며, 이른바 ‘쿠팡 차별’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 의회 법사위원회는 소환장에 쿠팡을 겨냥한 일련의 조치와 미국인 임원에 대한 잠재적 기소 가능성은 혁신적인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압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로저스 대표가 이달 6일 한국 경찰의 2차 소환 조사를 받은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미국 정부와 의회가 쿠팡 사태를 연일 문제 삼고 있지만, 한국 정부 내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간 회담에서 쿠팡 관련 상황을 암시하는 미국 측 언급이 나온 뒤, 한 고위 당국자는 “외교 사안이라기보다는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로비를 벌이면서 빚어진 일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미국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의 수사와 국회 대응 전반을 ‘차별’ 문제로 연결 짓는 기류가 강해지며 양국 간 인식 차가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로저스 대표는 경찰 2차 출석 하루 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정부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달라”며 내부 동요를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두고 수사 국면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고 한국 사회와의 갈등 이미지를 줄이기 위한 메시지 관리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저스 대표가 전면에 나서 ‘협조’를 강조한 것은 임직원들의 불안을 차단하는 동시에, 미국 기업으로서의 한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경찰은 두 차례 소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른바 쿠팡의 ‘셀프 조사’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 1차 판단을 내린 뒤,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관련한 3차 소환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로저스 대표의 의회 출석 전 추가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국의 입장차가 뚜렷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쿠팡 사태를 개별 기업 이슈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관세 이슈 전반에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국면에서, 쿠팡 사태는 상징성이 크다”며 “한미 간 힘겨루기 국면에서 쿠팡이 자국 기업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처럼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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