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다카이치 드럼 합주에도...‘전쟁 가능국’은 장기적 부담
평화헌법 개정·비핵3원칙 재검토 가능성
유신회 적극 지지에 ‘브레이크’ 사라져
“中 압박, 韓에 동일하게 가해질 수도”
입력2026-02-09 07:10
일본 자민당이 8일 총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전쟁 가능국가’의 기반을 다졌다. 우호적인 한일관계는 이어지겠지만, 중일갈등과 일본의 헌법 개정 등이 맞물려 장기적으로 한국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베도 못했던” 평화헌법 개정
9일 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주장해 온 3대 안보 문서 조기 개정, 방위장비 수출 규제 완화, 국가정보국 창설, 스파이 방지법 제정, 평화헌법 개정 등 보수적 안보 정책을 밀어붙일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개정 대상으로 꼽혀 온 헌법 9조에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영구히 포기하며 ▲육·해·공군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개정한다면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80여년 만에 다시 ‘전쟁 가능 국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다카이치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 보유, 비핵 3원칙(핵무기 보유·제조·반입 금지) 재검토 가능성도 내비쳐왔다.
과거와 달리 유신회가 자민당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도 ‘전쟁 가능 국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자민당의 연립 파트너였던 공명당은 헌법 개정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현재 파트너인 유신회는 적극 지지하는 쪽”이라며 “헌법 개정으로 당장 바뀌는 것이 없더라도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못 했던 일을 다카이치 총리가 해낸다는 점 등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동맹국들의 방위 부담 강화를 내세워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중국과 바다를 맞댄 일본이 대중 견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제1도련선을 지키기 위한 일본과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제1도련선은 일본 열도에서 오키나와, 대만을 거쳐 필리핀 등을 잇는 선으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일종의 방어선이다.
‘우호적 한일관계’ 필요성 오히려 커져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세 속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한일 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2이자 ‘코앞의 이웃’인 중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한국과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다질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후 두 차례에 걸쳐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특히 지난달 일본 나라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다카이치 총리가 당초 예정과 달리 직접 숙소 앞에서 이 대통령을 영접하는 등 극진히 환대했다. 정상회담 후 다카이치 총리가 제안한 ‘깜짝 드럼 합주’에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리듬을 맞추자는 의지가 담겼다.
일본의 ‘전쟁 가능국’ 시도 역시 당장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일본이 미일동맹의 틀 안에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이 같은 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적국으로 설정할 이유는 없다. 경제적으로도 한일 간 상호 의존도가 높다.
‘대만 유사시’ 발언, 과거 중일갈등과는 수위 달라
다만 일본의 변화가 중일 갈등과 맞물려 우리나라에 장기적인 위협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 중일 갈등은 한일 갈등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상 현재진행형인 문제다.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수없이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군사 개입’ 발언은 일본 현직 총리로서도 유례가 없었던 발언이기도 하지만, 중일 과거사 문제와는 한참 수위가 다르다.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오사카 총영사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그 더러운 머리는 주저 없이 잘라내야 한다”고 극렬한 반응을 보인 이유다.
최은미 연구위원은 “중일 갈등 속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 대신 한국 여행을 택하는 등의 반사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면서 “중국이 일본에 가하는 압박이 한중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하고, 중국의 대일 수출통제가 한국에도 간접적인 피해를 미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