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상속세 개편, K증시 추가 동력

■황정원 마켓시그널부장

정책·유동성·펀더멘털로 ‘오천피’

與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강행 앞둬

상속세율 높아 대주주 주가상승 꺼려

세법 고쳐 기업 투자여건 만들어야

입력2026-02-08 17:52

수정2026-02-09 06:29

지면 30면
황정원 마켓시그널 부장
황정원 마켓시그널 부장

지금의 국내 주식시장은 과열됐다. 식당 옆 테이블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이야기하거나 대중교통에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을 보는 고령자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 코스피가 5000선에 가까워지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수년째 40조~50조 원이었는데 ‘사천피’를 달성한 지난해 10월 말 85조 원까지 불어났고 이제 105조 원에 달한다. ‘빚투’를 뜻하는 신용융자잔액도 역대 최대인 31조 원 규모다. 이달 5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역대 최대인 4조 6000억 원을 순매도하는데 개인이 6조 원을 사들여 지수를 방어한 건 마치 2021년의 동학개미운동을 방불케 했다.

이는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한 데 따른 ‘포모(FOMO·소외 공포)’ 영향이 크다고 본다. 불과 1년 전 코스피 5000을 예측했다면 모두가 코웃음을 쳤을 테다. ‘사천피’까지 한국 증시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개미들은 ‘오천피’ 시대가 오자 뒤늦게 뛰어들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다시 주가가 내리꽂겠지라는 불신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만전자’까지 추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3배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는 1년 만에 ‘텐배거’ 후보가 됐다. 투자자들은 반도체부터 조선·방산·원전·증권·금융·로봇 등 몇 배씩 오르지 않은 종목을 찾기 힘들자 분산투자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눈을 돌렸다. 1월 300조 원을 돌파한 ETF 순자산이 한 달 만에 50조 원 불어나면서 다시 개별 종목을 밀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대형주와 지수가 급등하니 투기성 투자 성향이 짙은 한국 투자자들은 널뛰기 장세에서도 고위험을 감수하는 ‘레버리지’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상당 부분 털어낸 요인은 지난해 공매도 재개를 시작으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반도체 슈퍼사이클, 상법 개정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의 정책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즉 정책, 유동성, 기업 펀더멘털(실적)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대부분의 여소야대 정부가 겪었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동력 상실 대신 거대 여당이 갖고 있는 강한 추진력도 효과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기업의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을 처리할 방침이다. 법안은 기존 보유한 자사주까지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실상 내년까지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 상승 유인책이 될 수 있으나 기업들은 사실상 경영권 방어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현행 회사법 체계상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같은 방어 수단이 없기 때문에 법무부도 이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보유 기한 연장 등이 가능해진다고 하나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중견·중소기업들은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파이낸싱을 하거나 우호 세력에 처분하는 데 분주하다. 경제단체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여당은 강행할 태세다. 기업 환경 개선보다는 주가 부양에만 너무 방점을 찍은 듯하다. 특히 우려되는 건 과속 입법 후유증이다. 지난해 여당이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당장 올해부터 주총 혼란이 예상된다.

코스피가 6000선·7000선으로 가기 위한 동력 중 정작 놓치고 있는 건 상속세 개편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최대주주 할증 시 60%)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징벌적 상속세는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꺼리게 만들고 기업 지배구조를 흔들리게 한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 상장사 주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과세 기준을 비상장회사 평가 방식(공정가치 평가)으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말 상속세 개편에 대해 “불합리한 측면도 있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속세 완화는 정부·여당에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정권에서 상속세 개편이 더 힘든 만큼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 한국에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되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상승하기 마련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