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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유령 비트코인’ 지급…관리시스템 이렇게 허술했나

입력2026-02-09 00:00

수정2026-03-05 13:51

지면 31면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0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뿌리째 흔든 초유의 사건이다.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62만 원을 지급하려다 실수로 62만 개의 비트코인(BTC)을 입금한 이번 사고는 단순 ‘휴먼 에러’로 치부할 수 없다. 직원이 ‘원’ 단위를 ‘BTC’로 잘못 입력했는데도 이를 차단하는 1차 검증 장치조차 작동하지 않았고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이 한꺼번에 이동했음에도 실시간으로 이를 감지하는 시스템도 없었다.

이번 사태로 대형 거래소의 ‘시스템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약 5만 6000개 수준인데 이보다 12배 많은 62만 개가 장부상으로라도 지급됐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수십조 원의 ‘유령 비트코인’이 갑자기 나갔는데 한 차례의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았다.

‘빗썸 쇼크’는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28억 주 배당 사고에 견줄 바가 못된다. 주식은 예탁결제원을 통해 사후 통제가 가능하지만 가상자산은 개인이 외부 지갑으로 인출하는 순간 회수가 불가능하다. 만약 이번 사고 직후 대규모 인출이 강행됐다면 대형 금융 재난이 벌어졌을 것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 중인데도 이런 허점이 노출된 것은 거래소들이 리스크 관리를 사실상 방치했음을 뜻한다. 더구나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는 시점에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터져 더 걱정된다. 비트코인은 5일 6만 달러 선까지 밀리는 등 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 났다. 이날 코인 급락은 귀금속 시장과 증시까지 흔들었다. 제도권 금융에 편입된 가상자산이 금융시장까지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의 본질이 ‘신뢰’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빗썸을 포함한 모든 거래소에 대해 실시간 잔액 검증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가상자산의 특수성을 반영한 ‘알고리즘 기반 입출금 차단 장치’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의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검증조차 못하는 시스템으로 수십조 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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