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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외투자 줄였는데...한은의 끝없는 외환시장 ‘남탓’

환율 불안정 국민연금 탓한 한국은행

통화 공급 확대에 원화가치 하락에도

서학개미, 국민연금 등 ‘남탓’만 반복

입력2026-02-08 23:03

수정2026-02-08 23:0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한국은행이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를 국민연금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면서 지난해 12월 기금운용본부의 해외주식 투자가 더 증가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를 국민연금으로 동일 시 할 수 없을 뿐더러 실제 국민연금의 지난해 12월 기준 해외 주식 투자는 그 전달 대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통화 공급 증가가 환율 불안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다른 주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난해 12월 기준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같은 해 11월 대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까지 위협하면서 해외주식 순매수액 규모를 적극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11월 대비 기금의 해외주식 매수 규모는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국민연금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국민연금이 외환 당국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투자는 총 40억 8580만 달러로 집계됐다. 11월의 39억 7540만달러보다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금융기업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52억 7030만 달러에서 20억 1150만 달러로 61.9% 급감했다.

한은 측은 이 대목에서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는 국민연금, 비금융기업등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로 간주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국제수지 통계상 일반정부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기금 등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외에도 한국투자공사(KIC),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포함된다. 국민연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이를 동일시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통화공급 확대가 외환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통화 공급 확대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면서 통화 공급을 확대했다는 것에 대해 적극 반박했지만 이 또한 통화 공급을 줄였다는 논거로는 빈약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은은 최근 RP 매입 규모가 488조 원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흐름(flow)과 잔액(stock) 개념을 혼동한 것으로, 488조 원이란 수치는 과대 계상됐다고 반박했다. 한은에 따르면 RP 매입 잔액은 15조 9000억 원 수준으로 488조 원이란 수치가 시장에 공급됐다고 봐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RP를 매입할 경우 시장에 통화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서 한은은 지난해 통화안정증권의 잔액이 105조 7000억 원 수준이므로 유동성 공급이 과도하지 않고 오히려 유동성을 흡수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통화안정증권 잔액은 한국은행이 흡수한 유동성이 아니라 그간 유동성을 흡수해서 가지고 있던 규모로 봐야하기 때문에 실제 흡수한 것이 아니라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월 5~10조 수준의 통화안정증권이 발행됐고 발행 잔액이 100~113조 사이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순공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남탓은 처음이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경제에 주는 영향을 아예 무시하기에는 국민연금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난해 10∼11월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국민연금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를 거듭 지목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상당히 커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원화가 평가 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창출하고, 그 기대는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투자를 선호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외환시장의 불안을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시중에 돈이 풀려 자산가격과 환율을 자극한다는 ‘유동성 과잉’ 논란에 한은이 “통계적 착시”라면서 광의통화(M2)에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을 제외하기로 한 점도 논란이다. 통화 정책에 실패하면서 통계를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은의 통화 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통화 공급량을 해결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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