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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에 선 트럼프의 이란 해법

마크 시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핵협상 선택, 이란 추후 위반 가능성

군사행동도 美·이스라엘 타격 줄수도

트럼프, 중동평화 위한 결단 내려야

입력2026-02-10 05:00

지면 31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대한 결정에 직면해 있다. 이란 정권이 레드라인을 넘어 수천 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후 그는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 또한 훨씬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신뢰도에 대한 위험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에 “평화로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살해한다면 미국이 그들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이란 정권이 그의 위협을 무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오고 있으니 계속 시위하라”고 촉구했다. 이란인들은 그 말을 듣고 거리로 나섰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테러리스트들이 미군 13명을 살해했을 때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3년 후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그는 예멘의 후티 반군 테러리스트들에게 아덴만에서 미군 함선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그들이 따르지 않자 ‘압도적인 무력’을 동원하는 작전을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에게 권력을 포기하라고 경고한 후 미군을 파견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 핵 협상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레드라인’을 강행하지 않기 위해 취했던 방식과 정확히 같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와 화학무기를 포기하는 협정을 체결했지만 아사드 정권은 이를 위반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을 선택한다면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꼴이 될 것이다.

지금 핵 협상을 하는 것은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떤 협상이든 필연적으로 제재 완화를 포함할 것이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국민을 학살한 이란 정권에 재정적 보상을 제공하는 셈이 될 것이다. 1979년 혁명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약해진 이란 정권에 이러한 협상은 회복과 재건을 위한 구명줄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 이란 지도부의 뒤를 이을 과도 지도부와 협상하는 것이다. 마치 베네수엘라 정권을 전복시켰을 때처럼 말이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후 트럼프는 후임자인 델시 로드리게스에게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마두로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따르고 있다.

거의 50년간 중동의 폭력과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할 역사적인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 이란 정권은 7명의 미국 대통령을 괴롭혀왔다. 지구상 어떤 테러 국가보다 더 많은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테러 단체들에 무기와 자금을 제공하는 근원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덕분에 이란 정권은 건국 47년 만에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였다.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위협을 결정적으로 종식하고 중동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이러한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회를 잡는다면 이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어떤 대통령의 외교정책적 업적보다도 더 위대한 성과가 될 것이다.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에는 위험이 따른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행동에도 위험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란 정권을 무력으로 전복시키는 데에도 비슷한 대통령의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약화한 이란은 미군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행동하지 않는 위험이 행동하는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란 정권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인가, 아니면 파멸의 길로 이끌 것인가. 그는 바이든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도 있고 로널드 레이건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처럼 세계를 변화시킨 몇 안 되는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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