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배당에 소비도 서울로…지역 자금, 年 100조씩 빠져나가
[5극3특, 지방금융이 살아야 한다]
<상> 심화하는 금융 불균형
30대 그룹 중 27곳이 수도권 본사
자회사 이익 대부분 흡수 고착화
GRDP 매년 평균 8.5%씩 순유출
“로컬서 번 돈, 현지서 순환 되도록
재투자 땐 ESG 평가 가점 등 줘야”
입력2026-02-09 17:52
수정2026-02-09 23:32
지면 6면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6일 경남 거제에서 열린 남북내륙철도 착공식에서 “1극 체제는 이제 한계를 맞이했다”며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몰리는 상황이 자원과 기회의 비효율을 불러오고 있다. 이제 균형 성장을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5개의 초광역 경제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지역 주도의 성장 거점을 키우는 ‘5극 3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금융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전략을 위해서는 금융 부문의 쏠림 현상을 같이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BNK경영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충청, 동남, 호남, 대경, 강원·제주 등 5개 지방 권역에서 나타난 지역 자금 순유출 규모는 2023년 기준 104조 28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본다면 생산과 소득·지출이 같아야 한다. 순유출은 해당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지역총소득(GRI)을 차감해서 추정했다. GRDP에서 GRI를 뺀 값은 지역에 남아 있어야 할 소득이 외부로 흘러나간 규모라고 볼 수 있다.
각 지역별 GRDP 대비 순유출 비중은 평균 8.5%로 매년 수도권으로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충청(12.9%)과 동남(9.2%), 강원·제주(7.2%), 호남(7.1%), 대경(6.1%) 등 제조업 비중이 높거나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일수록 자금 유출 규모가 크다.
2014년 서울의 GRDP 비중은 22.59%로 2024년보다 0.19%포인트 높았지만 수신 비중은 52.3%로 되레 낮았다. 여신도 39.55%로 2024년(41.7%)과 비교해 더 낮다. 그만큼 서울 집중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공장은 지역에, 본사는 서울에 있는 형태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포스코(포항), 중흥건설(광주), 하림(익산) 등 3곳을 제외한 27곳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방 생산, 본사 결산’ 구조로 자회사 이익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지주사에 배당금 형태로 송금되는 것이다. 직원들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소비를 한다. 공장이 내려가도 출퇴근을 하거나 가족들에게 생활비와 교육비를 송금하는 형태가 적지 않다는 게 BNK경영연구원의 해석이다.
서울로 빠져나간 자금은 거래 은행인 4대 시중은행으로 들어간다. 4대 금융은 넘치는 예금을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금융에 나서고 있다.
BNK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시중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6.8%로 부산·경남·광주·전북 등 지방은행 평균치(34.8%)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가계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50%)과 부산·경남은행(32%)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송순호 경남대 행정학과 초빙교수는 “기업들은 규모가 큰 시중은행과 거래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현재는 지방의 돈이 중앙으로 빨대 효과처럼 빨려나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다른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재화·서비스 등 총산출액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4.1%에서 2020년 49.9%로 확대됐다. 대부분의 권역이 지역 내에서 생산한 부가가치가 빠져나간 반면 서울은 93조 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자금이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점수를 평가할 때 지역에서 생산된 자금을 현지에 재투자하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 시금고 선정 시 지역에 기반을 둔 금융사 가점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지역 금융사에 대한 대출 위험가중치(RWA)를 추가로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말 또한 나온다.
하근철 BNK경영연구원장은 “지주사 배당과 소비가 서울로 쏠리다 보니 수신과 여신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역에서는 자금이 말라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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