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파업도 공정법 제외, 무분별 단체행동 부추기나
입력2026-02-10 00:05
지면 31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 화물, 배달 라이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결성한 노동조합의 파업 등 단체행동을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중소사업자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연합 대응하는 방안도 허용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9일 ‘경제적 약자 협상력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이같이 가닥을 잡았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기업 간 ‘갑을’ 관계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관행을 후진적이라며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제도 개선이 현실화할 경우 그동안 개인사업자의 단체행동을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제한해 온 공정거래법의 적용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을’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일부 특고의 단체행동이 시장 질서를 훼손하기도 했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레미콘 운송 차주들의 집단 운송 거부는 24.5%에 달하는 운임 인상과 건설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산업 전반에 부담을 안겼다. 공정위가 레미콘 운송 차주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단체행동을 제재함으로써 파업의 반복을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특고의 단체행동을 공정거래법의 예외로 인정하려면 최소한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원칙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중소사업자들이 대기업에 연합해 대응하는 협의요청권 역시 기업의 경영 판단이나 사업 운영에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납품가 후려치기 등 명확한 불공정행위로 범위를 좁혀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경제적 약자 보호에만 있지 않다. 시장 지위 남용을 막는 동시에 경쟁을 촉진하고 창의적 기업 활동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경제적 약자라는 이유로 특고와 중소사업자의 담합을 폭넓게 허용한다면 시장 질서는 흔들리고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무리한 납품 단가 인상은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대기업은 물론 보건·교육·공공 부문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교섭 요구가 들끓는 상황에서 단체행동을 통한 담합 허용은 기업들에 이중·삼중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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