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후보가 보이지 않는 이유
입력2026-02-09 18:42
지면 30면선거는 사람 싸움이다. 판세가 불리해도 후보가 서 있으면 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후보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6·3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둔 국민의힘의 상황이 그렇다. 수개월째 ‘하마평’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지만 정작 실체는 없다.
“당이 어려우면 당직자 공개 채용에도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는 한 초선 의원의 말은 당내 분위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여당 의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사표를 던지는 동안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관심은 오로지 텃밭을 향하고 있다. 현재까지 원내에서 출마를 선언한 6명은 모두 대구시장을 준비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수도권·호남에서 최소 18명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인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같은 인재난은 단순히 ‘정권을 내준 직후 치러지는 선거는 어렵다’는 정치적 문법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당 내홍이 장기화되면서 선거를 이끌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갈등의 수렁에 빠진 당이 선거의 든든한 뒷배가 될 리 만무하니 자신의 명운을 걸 사람은 많지 않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른바 ‘당권파’가 지방선거 이후의 권력 구도에만 관심을 가지고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한다는 괴소문이 퍼지고 있다. 통상 선거에서 패배한 지도부가 백의종군하는 관행도 이번 선거에서 깨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뒤따르는 지경이다.
하지만 갈등을 정리할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십수 년 국회 생활을 한 중진들도 ‘강 건너 불구경’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분란의 당사자로 어설프게 엮이기 싫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는 한 중진 의원의 말이 뼈 아프게 다가온다.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는 단기적인 선거 패배의 가능성이 아니다. 후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인재 부족도, 일시적인 갈등도 아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 당을 다시 권력을 맡길 수 있는 세력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하던 대로만 해도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안일함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책임 없는 권력 속에서도 힘이 나올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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