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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답답하다” 입법 재촉했는데…RIA 내달 출시도 어려워

■뒷전으로 밀린 경제법안

RIA 협의 밀려 투자자 세제혜택 축소

디지털자산법·배임죄 개편도 멈춰서

영농형 태양광 작년 7월이후 논의 중단

與, 검찰·사법개혁 등 쟁점법안 우선

129개 민생법안 우선처리 속도 못내

입력2026-02-09 18:59

수정2026-02-09 23:48

지면 5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정부가 서학개미의 ‘U턴’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 중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의 당초 예정했던 3월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RIA는 이달 임시국회 내 입법 처리를 전제로 추진돼왔지만 상임위가 이달 말에야 법안을 처음 상정할 것으로 보여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입법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지만 경제 법안 처리 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가상자산 제도화, 배임죄 개편,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안 처리도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설 연휴 이후 법안소위를 열고 RIA 출시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2월 내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했으나 민주당 내부의 합당 논쟁과 국민의힘 내홍이 겹친 데다 대미투자특별법 등 주요 현안까지 겹치면서 논의가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다. 재경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2월을 넘기지 않는 방향으로 법안소위를 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IA는 해외 주식을 처분하고 국내 시장에 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계좌다. 해외 주식 투자로 늘어난 외화 자금의 국내 유입을 유도해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고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제시한 처리 목표 시점은 다음 달 5일이지만 국민의힘 등 야당과 논의 자체가 본격화하지 못한 만큼 일정은 불투명하다. 법안이 3월을 넘겨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입법이 지체될수록 투자자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재 논의되는 법안은 1분기까지 해외 주식을 팔아야 양도세 면제 혜택이 100% 적용되고 이후에는 공제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여야 논의 과정에서 혜택 기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경위 핵심 의원들이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일정까지 병행하고 있어 논의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찰·사법개혁 등 쟁점 법안을 2월 내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점도 변수다. 쟁점 법안이 우선 처리 대상이 되면 국민의힘이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구조상 ‘하루 한 법안’ 처리에 그쳐 경제 법안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3월부터 여야가 6·3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면 입법 속도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현재 129개의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선정해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입법 지연은 경제 법안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국내 2위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60조 원 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당초 설 연휴 전인 13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거래소 내부통제 허점이 부각되며 논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안도 답보 상태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농작물 재배와 전기 생산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농가 소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발의 이후 상임위에서 한 차례도 본격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협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농협개혁법’도 여야 이견으로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상법 개정에 따른 보완책으로 제시했던 배임죄 개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 ‘경제형법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형법상 배임죄 폐지 계획을 포함했지만 대체 입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가 정부와 국회에 ‘조건 없는 배임죄 전면 개편’을 촉구했지만 대안 입법의 윤곽조차 뚜렷하지 않다. 반면 기업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법 개정은 속도가 붙으면서 경영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빠르면 이달 내 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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