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효과 크다지만 전월세 불안 키울수도
■ 李대통령, 등록임대 혜택 단계적 폐지 시사
빌라 등 非아파트 물량이 대부분
매물 늘어도 거래로 이어질지 의문
시장 혼란 막을 정밀한 대책 필요
입력2026-02-09 19:16
수정2026-02-10 08:34
지면 22면이재명 대통령이 9일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외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를 시사하면서 시장에 매도 심리가 확산되는 상황에 등록임대사업자 물량까지 공급해 집값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민간임대사업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경우 건설 임대에 비해 빠른 주택 공급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물량이어서 집값 안정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고,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자칫 전월세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 민간매입임대주택 재고는 2024년 기준 71만7466호로, 전체 민간임대주택의 53.18%를 차지했다. 2020년 96만8161호(63.17%)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민간임대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혜택 축소를 시사한 매입형 등록 임대사업자는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매입·등록해 임대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도입됐다. 임대료 상한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최장 4~8년 임대를 놓는 대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줬다. 하지만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혜택이 주어져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고, 수도권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비판이 일자 2020년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제도가 폐지됐다. 단기 등록 임대주택도 폐지됐으나 지난해 다세대 주택·빌라 등 비아파트에 한해 부활했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들 지역 내 매입임대사업자는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에서 제외됐다. 앞선 6·27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로 주택매매·임대사업자는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0%로 제한됨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통해 주택 여러 채를 사는 것도 원천 봉쇄된 상태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3년 간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는 서울 아파트(국토교통부 등록민간임대주택)는 총 3만7683가구에 달한다. 이들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시장에선 어느 정도 매물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임대사업자들의 과도한 혜택을 줄일 필요는 있지만 시장에선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의 매물이 대부분 매수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비아파트 위주여서 거래 증가와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면 당연히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매물은 주로 아파트인데, 임대사업자들이 내놓은 물건은 빌라나 다세대 등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매물 증가에 따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소희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임대사업자들이 내놓을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가격 상승 요인이 없으면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할 경우 임대료로 전가돼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차 계약 갱신이나 재계약 때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시세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 개편이 자칫 서민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비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이 축소되면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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