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특사경 도입에 침묵하는 정치권
김상용 바이오부장
사무장 병원 탓 건보재정 누수 심각
의협 등 반발에 ‘특사경’ 법안 표류
민주당 주도, 의료계 설득 나서야
입력2026-02-10 16:08
수정2026-02-10 23:49
지면 30면
김상용 바이오부장
국민건강보험의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아슬아슬한 흑자를 기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도 당기수지에 따르면 전체 총수입은 102조 8585억 원, 총지출은 102조 3589억 원을 기록해 4996억 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다. 문제는 2025년 보험료 수입과 보험급여비 지출을 제외한 당기수지 흑자 규모가 감소세라는 점이다. 2023년 4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당기수지 흑자 규모는 2024년에 1조 7000억 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4996억 원에 그쳤다. 2년 만에 88%나 급감한 것이다.
급격한 당기수지 흑자 감소는 보험료 수입은 소폭(3.8%) 증가한 반면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율이 8.4%로 수입의 두 배를 웃돈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지출 증가의 원인으로 고령 환자 증가에 따른 중증·만성질환 진료비가 꼽힌다. 더욱이 간병비 급여화 추진과 상병수당 확대 등 막대한 지출을 수반하는 정책 시행을 앞두고 있어 건보 재정 악화를 재촉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에는 건보 재정이 아예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 상태다. 정부가 작성한 ‘2025~2065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33년에 준비금마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간병비 급여화와 상병수당 확대 등의 정책 추진으로 지출 증가 폭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은 소폭 증가하는 데 비해 고령화로 인해 건보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지출까지 예상되는 사면초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건보 재정의 누수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무장 병원과 비의료인이 명의를 빌려 개설 운영하는 약국 등이다. 사무장 병원은 비의료인이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 등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불법적인 병원이다. 이들은 환자의 치료 목적보다 과잉 진료와 불법 청구를 통해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다 보니 건보 재정만 축낸다. 더욱이 허위 진료 기록 작성 등을 통해 요양급여비를 부당하게 과다 청구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제대로 된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만큼 환자들에게도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일선 현장에서는 명의대여형부터 동업형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무장 병원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5년 6월말까지 드러난 것만 1775개에 달하고 피해액만도 약 2조 9000억 원에 이른다. 이러니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특별사법경찰제 도입을 통해 사무장 병원 등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도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국회에 이미 7개가 넘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지면서 수사 기간이 줄어들고 연간 수천억 원의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법안 심사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인은 의료계의 반발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특사경 문제를 두고 “의료기관 대상 조사를 빌미로 하는 임의 절차마저도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 수사처럼 변질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법안에 비공무원 신분인 건보공단 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주는 선례가 없다는 점도 법안 심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사경 도입을 위한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이제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가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특사경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특히 지지율이 50%에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의료계와의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등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위한 의료계 설득이 지방선거 이후에라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치력의 한계만 드러내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인지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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