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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 맞은 당뇨병 정책

염동식 당뇨와건강 환우회 대표

췌장 기능 따른 당뇨병 환자 지원 시작

중증 2형 당뇨병도 재택의료 확대 필요

입력2026-02-10 17:35

수정2026-02-10 20:28

재택의료 관련 AI 이미지
재택의료 관련 AI 이미지

대한민국의 당뇨병 정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췌장장애를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신설하고, 진단명이 아닌 ‘췌장 기능’의 중증도(씨펩타이드 수치)를 기준으로 1, 2형 구분 없이 장애를 판정하기로 했다. 매우 고무적인 결단이다. 이는 그간 당뇨병 환자들과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중증도 중심의 당뇨병 정책’이 국가 제도에 반영된 첫 사례이자, 환자 맞춤형 정책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이정표라 할 수 있다. 25년째 2형 당뇨병을 앓으며 다회인슐린 치료(하루 여러 번 인슐린 투여)를 이어오고, 합병증으로 뇌졸중까지 경험했던 환자로서 복지부의 이러한 전향적 행보에 깊은 감사와 신뢰를 보낸다.

이번 췌장장애 신설은 단순히 당뇨 환자를 장애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단지 2형이라는 이유로 ‘본인이 게을러서, 혹은 비만이어서 생기는 병’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정책적 소외를 견뎌야 했던 2형당뇨병 환자들에게도 국가가 실질적인 췌장의 기능 부전 상태와 그 심각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진전은 ‘사후적 복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가 당뇨병 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환자가 장애 상태에 이르기 전,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를 통해 질병의 악화를 예방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재택의료 종합 개선방안’에 거는 기대가 크다. 보건복지부는 작년말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의 3년 연장을 결정하면서, 3월 재택의료 종합 개선방안을 수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시행 중인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환자가 의료진의 전문적인 교육상담과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제도다. 실제로 이 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은 합병증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과 입원율이 낮아졌으며, 월평균 약 15만 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입증된 바 있다.

당뇨병 재택의료 정책 관련 AI 이미지
당뇨병 재택의료 정책 관련 AI 이미지

그러나 이 좋은 재택의료 제도는 현재 오직 ‘1형당뇨병’ 환자에게만 국한되어 있다. 1형과 동일하게 하루 수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저혈당 쇼크와 합병증 위험 속에서 살아가는 중증 2형 환자들에게 재택의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실정이다. 중증 2형 환자들은 동네병원에서 제대로 된 인슐린 교육을 받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대형병원을 찾더라도 비용 부담으로 인해 비급여인 교육상담을 이어가기 어렵다. 결국 적절한 교육과 관리의 기회를 놓친 환자들은 망막병증, 신부전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충분히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었던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만다.

만약 정부가 췌장장애 도입에서 보여준 ‘중증도 중심’의 원칙을 재택의료에도 일관성 있게 적용하여 1형에 더해 다회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는 중증의 2형 환자들에게도 재택의료를 지원하여 준다면, 이러한 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환자들이 장애 상태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실질적인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재택의료의 핵심인 교육상담은 이미 장애 판정을 받은 후가 아니라, 다회인슐린 치료를 시작하여 관리가 가장 절실한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져야 그 실익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 결정에 있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연간 당뇨병 진료비 3.6조원 중 무려 3.1조원이 2형당뇨병의 치료에 투입되고 있다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의료비 절감 효과를 입증한 재택의료 지원 확대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아니라, 합병증과 질환 악화를 예방하여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현명한 투자가 될 것이다.

다음달 발표될 예정인 ‘재택의료 개선안’이 중증의 2형당뇨병 환자도 포용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환자 맞춤형 당뇨병 정책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염동식 당뇨와건강 환우회 대표
염동식 당뇨와건강 환우회 대표

*당뇨와 건강 환우회

2003년 설립 이후 2형당뇨병 환자들의 권익 보호와 올바른 당뇨 관리를 위해 활동해왔다. 현재 30만 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월간 5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표적인 당뇨 환우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전국 6개 지역에서 정기 모임과 당뇨학교를 개최하며 환자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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