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방침은 정했지만…명분 없는 반대에 고심 깊은 의료계
의협 “과학적인 근거 부족” 반발
전공의·의대생 전면 나설지 미지수
총파업 등 집단행동엔 신중 기조
입력2026-02-10 17:49
2년 전보다 증원 규모가 대폭 줄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사 인력 수급 추계 결과에 불복하며 대정부 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0일 정부의 공식 발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의협은 “추계 결과 자체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정부가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며 거듭 증원 중단을 촉구해 왔다. 정부가 근거로 삼는 추계위의 추계 모델(ARIMA)이 과거 추세에만 의존한 낡은 방식인 데다 24·25학번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더블링’ 문제 등 각 대학의 참담한 교육 현장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정원 규모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통합 돌봄 등 미래 의료 환경 변화를 반영할 경우 필요 의사 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미래 의사 추계 결과가 고무줄 논란에 휩싸이자 “2035년 의사 인력이 최대 1만 3967명, 2040년에는 1만 7967명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전되면서 의사 수 부족 우려가 커졌음에도 의대 증원 정책이 매번 실패로 돌아갔던 것은 의사단체의 집단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원격의료,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들에게 불리한 정책이 시도될 때마다 번번이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증 및 응급 환자들을 담당하는 대형병원의 파업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이는 의료 인력 확충의 가장 큰 장벽이었다. 진료·처방은 의사, 약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도록 하는 의약분업 시행 당시에는 의대 정원이 정부의 ‘의료계 달래기’용 카드로 이용되면서 정원이 되레 줄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의협도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해 한결 신중한 기조를 취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대거 수용했다는 점이다. 이번 증원안은 의료계가 그토록 요구했던 ‘과학적 추계 기구’를 통해 도출됐고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의료계 추천 인사의 지분을 대폭 늘려줬다. 앞서 윤석열 정부 때처럼 “근거 없는 2000명 증원”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던 명분이 작동하기 힘든 구조다.
2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에 지친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는 점도 의협에는 부담 요소로 꼽힌다.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때부터 투쟁의 선봉에 섰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또다시 총대를 멜지도 미지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최근 내부 응답자의 75%가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내부 조사 결과를 의협에 전달했고 의대생들 역시 부실 교육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2024년과 같은 대규모 집단 사직이나 동맹 휴학이 재연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 개원의들의 파업 참여율도 저조해 사실상 의료계가 가진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2024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수련병원과 학교를 각각 떠났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또다시 인생을 걸고 집단행동에 나서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막을 명분도, 뾰족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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