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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반칠환

입력2026-02-10 18:16

지면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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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섭

쿵쾅쿵쾅 뛰어도 층간 소음 없는 집

이중 삼중 자물쇠 없어도 되는 집

도리어 누군가 와서 오이 하나 애호박 하나 놓고 가는 집

상처 입은 짐승도 이따금 뒤란에 숨었다가는 집

딱새가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나는 집

친구 집에서 얻어다 심은 범부채 꽃 피는 집

달빛이 마당 가득 차오르는 집

그런 날 마당에서 박쥐도 보는 집

할머니 할아버지 병 없이 돌아가신 집

단성면 강누(江樓) 마을- 주소가 예쁜 집

큰비와도 물 잘 빠져 하루 만에 뽀송뽀송해지는 집

백 년 넘은 주춧돌과 기둥과 서까래와 기와지붕 의젓한데

마루만 맨날 삐걱삐걱 혼자 노래하는 집

살금살금 걸어도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집. 이중 삼중 자물쇠 걸어도 안심되지 않는 집. 현관문 앞에 전단 놓고 가는 집. 상처 입은 사람이 드나드는 집. 계란판에서 무정란들이 꿈 없이 자는 집. 베란다 화분 꽃 장마철에도 말라 죽는 집. 달빛 대신 가로등이 밤새 들어오는 집. 마당도 없고 뒤뜰도 없는 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 사는 집. 외국어 이름으로 주소 읽기 힘든 집. 큰비와도 빗소리 들리지 않는 집. 주추도 기둥도 서까래도 없는 집. 화장실에서 담배 연기 올라오는 집. 놀러 갈게요,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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