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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K-미식벨트, 지역을 살리는 미식의 힘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

입력2026-02-10 18:17

지면 30면
사진 제공=한식진흥원
사진 제공=한식진흥원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이 K푸드로 이어지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역시 가장 먼저 무엇을 먹을지를 검색한다. 미식은 더 이상 관광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지가 된다. 한 끼 식사가 한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한 지역의 인상을 오래도록 남긴다.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고유한 식문화가 있다. 전주를 떠올리면 비빔밥이, 안동을 떠올리면 간고등어와 찜닭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이는 지역의 기후와 지형, 제철 식재료,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오랜 시간 빚어낸 결과다. 다시 말해 한식은 지역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내는 문화유산이다.

흥미로운 설문 조사가 있다. 어느 한 여행사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여행 시 도쿄·오사카 같은 대도시보다 소도시를 방문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65%에 달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는 맛집과 미식, 자연 풍경, 온천과 힐링 순으로 꼽혔다. 이제 사람들에게 여행의 목적은 보는 것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으로 분명히 이동하고 있다.

일본의 소도시 관광이 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가 되기 때문이다. 하카타에서 라멘을, 나고야에서 장어덮밥을, 다카마쓰에서 우동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을 들여 이동한다. 음식이 곧 그 지역을 설명하고 그 한 끼가 여행의 기억을 만든다. 이렇게 미식은 관광으로 이어지고 관광은 다시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한국 역시 지역 음식이 지닌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러한 지역 음식의 가치를 관광 자원으로 연결하기 위해 한식진흥원이 추진하는 사업이 ‘K-미식벨트’다. 전국에 흩어진 지역 한식 콘텐츠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맛을 따라 떠나는 여행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음식의 배경과 식재료, 역사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경험하도록 미식과 관광·문화를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미식 관광은 대규모 인프라 없이도 지역의 고유 자산을 활용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이 높다. 이미 존재하는 음식과 사람, 이야기가 그대로 관광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일상이 재조명되며 자부심도 함께 높아진다. 최근 여행자들이 획일적인 관광지보다 로컬을 찾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같은 김치찌개, 같은 국밥이라도 지역마다 다른 맛이 여행의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역의 미식이 곧 지역의 경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끼 식사를 위해 지역을 찾은 여행객은 숙박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특산품을 구매한다. 작은 식당과 전통시장, 농가와 장인까지 함께 살아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맛있는 음식이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한식은 이미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그 관심을 어느 지역으로 갈 것인가로 연결해야 할 시점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한식은 그 지역의 시간과 자연·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K-미식벨트는 그 이야기를 따라 걷는 여행길 위에서 한식과 지역, 관광과 경제를 함께 잇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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