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래’ 국민연금의 이상한 변명
입력2026-02-11 18:09
수정2026-02-12 08:52
지면 30면국민연금공단이 다시 한 번 고환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 정부의 해외 주식 투자가 41억 달러로 전월보다 2.8% 늘었다는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가 발표되면서다. 정부가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확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못하지만 당시 해외투자를 줄였다고 항변한다. 일반 정부에는 여러 기관이 포함돼 있으니 우리의 탓만은 아니라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공사(KIC)도 주요 기관 중 하나라며 국민연금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KIC는 국가 보유 외환을 굴리지만 국민연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하기 때문에 같은 해외투자라도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차원이 다르다.
규모도 다르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공적연기금이다. 국내 나머지 10대 공적연금을 합친 것보다 많다. ‘여러 기관 중 하나’로 책임을 나눌 수 있는 체급이 아니다.
과거에는 달러를 잔뜩 사들여도 문제가 없었다는 논리도 내밀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이 최근 10년간 외화를 가장 많이 조달했던 2020년 환율은 1180원이었다. 가장 적었던 2024년은 1364원이었다.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과 상관없이 환율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2020년과 지금은 판이 다르다. 당시에는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작동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공급한 달러를 한은이 시장에 풀었고 국민연금도 이를 활용했다. 미국 10년물 금리도 1%대였다. 스와프 체결 직후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40원 떨어졌다.
지금은 미국 금리가 4%대이고 달러인덱스도 6년 전보다 높다.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유리한 숫자로 면피하려는 건 무리수다. 진부한 표현이 됐지만 연못 속 고래가 된 국민연금은 자신의 덩치를 스스로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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