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전파 신호로 30억 광년 우주 잰다…천문연, 새로운 천체 거리결정법 최초 검증
한국 연구진, 고적색이동의 블레이자 활용해
우주에서의 거리결정법 최초 검증 성공…
30억 광년 떨어진 활동은하핵 거리 정밀 측정
입력2026-02-12 10:38
너무 밝아 왜곡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던 활동은하핵 ‘블레이자’를 이용해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 최초로 검증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이상성 박사 연구팀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 중 하나인 활동은하핵(AGN)의 밝기 변화와 고유 밝기 등을 통해 우주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검증했다고 12일 밝혔다.
통상적으로 우주에서 우리은하를 벗어나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고유 밝기를 알고 있는 ‘표준촛불’과 고유 크기를 알고 있는 ‘표준척도’다. 고유 밝기를 아는 천체의 경우 지구에서의 ‘겉보기 밝기’만 알아도, 고유 크기를 아는 천체의 경우 ‘겉보기 각크기’만 알아도 해당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단 먼 거리에서도 밝고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천체인 ‘활동은하핵’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 활동은하핵의 일종인 ‘블레이자(Blazar)’는 너무 강한 상대론적 밝기 증폭 때문에 그동안 표준척도로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에 표준촛불과 표준척도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상대론적 효과를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고적색이동 블레이자의 거리 측정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초장기선간섭계(VLBA)의 15년 관측자료 등 장기간 축적된 전파 관측자료들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해당 자료 분석을 통해 지구에서 약 30억 광년 떨어진 블레이자 ‘TXS 0506+056’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TXS 0506+056은 강한 상대론적 밝기 증폭 효과 덕분에 먼 거리에서도 매우 밝은 전파원이며, 최초로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검출된 활동은하핵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주 구조와 팽창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관측 대상으로 꼽혀왔다.
연구팀은 특히 중성미자 검출 이후 전파 밝기가 급격히 증가하는 전파 폭발 현상에 주목해 밝기 변화 속도와 방출 영역의 각크기를 바탕으로 천체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전파 폭발은 블레이자 중심부에서 발생하며, 이 폭발이 최대밝기에 도달하는 시점의 관측값을 이용할 때 가장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계산된 TXS 0506+056의 거리는 약 30.7억 광년으로, 현재 우주론 표준모형(ΛCDM)이 예측하는 거리와 오차 범위 내에서 매우 잘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제1저자인 송찬우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은 “상대론적효과 때문에 매우 먼 거리에서도 밝게 보이는 대신 관측값이 왜곡될 수 있는 블레이자를 거리 측정 수단으로 사용 가능함을 확인했으며, 앞으로 여러 밝은 고적색이동 블레이자 천체들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상성 박사는 “앞으로 수행할 연구에서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해 더 먼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까지의 거리측정에 도전할 것”이라며 “이는 우주론 모형을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돼 우주의 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더욱 먼 활동은하핵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표준촛불 및 표준척도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Astronomy & Astrophysics 2026년 2월호에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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