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4년 담합’ 제당 3사에 4083억 과징금 철퇴
식품기업 사상 최대 규모 부과
3사 매출 3.3조의 15% 산정
업계 잇단 사과·쇄신안 발표
공정위, 과징금 상향 등 추진
밀가루 담합 이달 심의 상정
입력2026-02-12 16:45
수정2026-02-12 23:34
지면 8면
정부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 설탕 회사에 총 4083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들 기업이 약 4년에 걸쳐 고객 기업과 대리점 등에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시기를 합의해 담합행위를 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공정위 발표 직후 제당 업계는 공식 사과와 함께 협회 탈퇴,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고강도 쇄신을 약속했다.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3개 업체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간 음료·과자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설탕값을 올려받고, 원재료 가격이 내렸을 땐 가격 인하를 미루는 등 설탕값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전체 담합 사건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이며 식품 기업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최대 금액이다. 업체별 과징금도 CJ제일제당 1506억 원, 삼양사 1302억 원, 대한제당 1273억 원 등으로 개별 기업 기준 역대 최고액이다. 담합 혐의를 받는 3사의 관련 매출액은 3조 2884억 원,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15%로 산정됐다. 공정위는 담합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매출액 대비 과징금 비중을 결정하는데 이번 담합은 가장 높은 단계인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 단계에 해당하면 전체 매출의 최고 20%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설탕 업계의 담합이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제당 3사는 총 8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 6회, 인하 2회를 담합했으며 대표·본부장급부터 영업임원·팀장급까지 직급별 회의와 연락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가격 변경이 합의되면 거래처별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그 결과를 다른 회사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실행력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가격 인상은 단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았고 인하 요인이 발생한 경우에는 인하 폭이 제한되거나 지연됐다.
특히 이들 업체는 2007년에도 동일한 설탕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담합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해 3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이 유지됐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을 논의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3사는 향후 3년간 설탕 가격 변경 현황을 연 2회 공정위에 서면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가격 재결정 명령 적용도 검토했으나 이미 제당사들이 조사 기간 중 자발적으로 설탕 가격을 인하하면서 법 위반 상태가 지속되지 않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제재 발표 직후 제당 업계는 잇따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CJ제일제당은 가장 먼저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한다”며 대한제당협회 탈퇴와 함께 임직원의 타 업체 접촉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즉각 중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율·원재료 가격 등 원가 정보를 공개해 기업 간 협의 없이 가격을 산정하는 판가 결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가격 결정 구조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삼양사도 공정위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준법 경영 체계 강화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제당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고강도 쇄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전분당·계란·돼지고기 등 주요 식료품 분야의 담합 사건 역시 엄정한 대응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아울러 담합 과징금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는 법 개정과 함께 반복 위반에 대한 가중 제재를 강화하는 시행령·고시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기업이 민생을 침해하는 담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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