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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4E·커스텀 ‘3각 편대’ 구축…“빅테크 러브콜 쏟아질 것”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동작 속도 11.7Gbps·대역폭 2.7배↑

국제 표준·고객사 요구 성능 웃돌아

내달 엔비디아 최신칩에 탑재 예정

차세대 HBM도 올해 하반기 출하

내년엔 맞춤설계 메모리 출격 대기

입력2026-02-12 17:14

수정2026-02-12 23:33

지면 4면
삼성전자 HBM4.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HBM4.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12일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동작 속도가 초당 최대 13기가비트(Gb)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HBM4를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납품하며 ‘기술 초격차’ 벌리기에 돌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7세대인 HBM4E의 샘플 납품 스케줄까지 공개하며 SK하이닉스에 뺏겼던 AI반도체 시장의 주도권까지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HBM4를 출하하며 본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출하된 HBM4는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 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올해 HBM 점유율을 회복하고 관련 매출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을 HBM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 1개에는 삼성전자의 36기가바이트(GB) 용량 HBM4 8개가 탑재된다. 특히 차세대 AI 슈퍼칩·랙 시스템인 ‘베라 루빈 NVL72’에만 루빈 GPU 72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에 필요한 HBM4만 총 576개로 1개당 600달러(약 86만 원)로 추정되는 HBM4만 34만 5600달러(약 5억 원) 규모가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HBM4를 엔비디아에 가장 빨리 납품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익 극대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출하와 동시에 자사 HBM4의 최신 성능도 공개하며 기술력과 양산 수율을 자랑했다.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6세대(1c) D램과 4㎚(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기반의 베이스 다이를 도입했다. 베이스 다이는 HBM 가장 아래층을 이루며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HBM4부터 새롭게 도입된 설계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보다 앞선 공정을 적용했지만 안정적인 수율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출하된 HBM4의 동작 속도는 시장의 예상을 한 번 더 뛰어넘는 성능을 구현했다. 국제 표준기구 JEDEC의 기준(8Gbps)을 46% 상회하고 5세대인 HBM3E(9.6Gbps)보다 22% 빠른 최고 13Gbps의 동작 속도를 달성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HBM4는 동작 속도가 최대 11.7Gbps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종 출하 제품은 성능이 최대 11% 더 개선된 것이다. 동작 속도는 GPU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로 HBM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최신 동작 속도를 밝히면서 경쟁사들과 기술적으로 ‘초격차’에 진입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데이터 연결 도로의 폭에 해당하는 대역폭은 최대 초당 3.3TB(테라바이트)로 전작 대비 2.7배 향상됐을 뿐 아니라 고객사 요구 수준인 초당 3TB보다도 10%가량 상회한다. 용량 역시 최대 16단까지 쌓아 48GB까지 확보했다. GPU와 HBM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출입구에 해당하는 ‘데이터 전송 입출력(I/O) 핀’ 수도 1024개에서 2배인 2048개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그외 실리콘 관통 전극(TSV) 데이터 송수신 저전압 설계 기술과 전력 분배 네트워크(PDN) 최적화를 통해 전력 효율은 40%, 열 저항 특성은 10%, 방열 특성은 30%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TSV는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적층된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 PDN은 고속 동작 시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HBM4 양산에 이어 올해 하반기 차세대 제품인 HBM4E의 샘플을 출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BM4E는 HBM4의 기본 구조를 기반으로 동작 속도와 대역폭, 전력 효율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HBM4E 역시 최신 D램인 1c D램이 쓰이는 만큼 이번 HBM4에서 선제적으로 쌓은 양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내년에 주문형 제품인 ‘커스텀 HBM’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커스텀 HBM은 AI 반도체 종류에 따라 맞춤 설계해 HBM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 GPU에 이어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AMD ‘MI’, 마이크로소프트(MS) ‘마이아’ 등 빅테크들이 잇달아 자체 개발에 나선 맞춤형 반도체(ASIC)에 대응한다. 삼성전자 내부 테스트에서 커스텀 HBM은 기존 HBM보다 2~3배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HBM4 출하를 시작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방침이다. 반도체 석학인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번 HBM4는 삼성전자가 전작에서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긴 후 절치부심하고 성능으로 다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특히 커스텀 HBM이 준비되는 만큼 앞으로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AMD 등 빅테크들로부터 맞춤 설계를 해달라는 러브콜이 줄이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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