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정당 메시지’ 해외 발송 압박…해경선 “총기 지원” 주장도
■ 헌법존중 TF, 내부 조사 마무리…89건 징계요구·110건 수사의뢰
안보실, 외교부에 강압적 지시 하달
“유치장 개방” 자발적 협조 사례도
12·3 계엄 ‘위로부터의 내란’ 결론
일부선 포고령 거부 등 저항했지만
위헌성 검토 체계 없어 대부분 관망
국방부, 주성운 지작사령관 직무배제
입력2026-02-12 17:39
수정2026-02-12 23:47
지면 5면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2024년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며 위헌적 지시를 걸러낼 제도적 방어막이 없었다고 결론냈다. TF 조사에서는 국가안보실의 외교부 압박처럼 정부 기관이 동원된 정황과 권한 없는 공무원이 계엄 지원을 주장한 ‘자발적 협조’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징계 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 의뢰 110건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TF 결과 보고에서 “두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며 “12·3 불법 계엄은 정부의 기능 전체를 입체적으로 동원하는 실행 계획을 갖췄던 ‘위로부터의 내란’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판단과 지시가 무력을 보유한 군·경찰뿐 아니라 관련 기능을 갖춘 여러 기관으로 전달돼 헌정을 무너뜨릴 위험이 실재했다”고 덧붙였다. 헌법존중 TF는 지난해 11월 24일 김민석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출범, 49개 기관별 TF와 협력해 총 20개 기관에 대한 12·3 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해왔다.
조사 결과 일부 정부 기관이 12·3 계엄에 이용되거나 때로는 자발적으로 기여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예를 들어 법무부의 출입국 담당 부서 공무원들은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에 출근해 대기했다. 교정행정 담당 부서에는 “구금 시설의 수용 능력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국가안보실은 계엄 직후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주요국에 발송하도록 수차례 외교부에 강압적인 지시를 하달했다. 반대로 자발적으로 협조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한 해양경찰청 공무원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엄사령부를 위해 인력 및 총기를 지원하고 유치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무원들이 개인 또는 집단적으로 계엄에 저항한 사례도 있었다. 한 경찰 공무원은 계엄 선포 직후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찰청장은 불법 계엄 포고령에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고 국가안보실의 지시를 받은 외교부 직원들은 지시를 수행하지 않거나 일부러 늑장을 부렸다. 서울경찰청에서는 ‘국회 차단은 위헌’이라는 직원들의 지적을 지도부가 받아들여 12월 3일 오후 11시께부터 30여 분간 국회 차단이 일시적으로 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저항과는 별개로 불법 계엄의 위헌성을 검토하고 걸러낼 체계가 부재했다는 것이 TF의 또 다른 결론이다. 심종섭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은 “중앙행정기관별로 법률 검토를 담당하는 부서들이 있는데도 12·3 계엄 당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내란의 정당성을 보완했다”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TF 참여 공무원뿐 아니라 자문위원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설명했다. 헌법존중 TF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정민 열린사람들 대표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전까지는 계엄이 합당한지 판단해줄 절차나 기구가 없었다”면서 “결국 기관장들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었으나 대부분은 (위헌임을) 알면서도 관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은 이미 개정된 계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군인사법, 현재 논의 중인 ‘공무원 복종 의무 폐지’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징계 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 의뢰 110건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고위 공무원(중앙 부처), 중령(군), 총경(경찰)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들이다. 징계 요구 중 48건은 군, 22건은 경찰, 수사 의뢰는 108건이 군에서 제기되는 등 대부분은 군경에 집중됐다. 개인정보 및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서의 방어권을 위해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군이 계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과 관련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몹시 참담한 마음이었다”며 “오늘의 발표를 기점으로 오명을 씻어내고 ‘국민의 군대’를 재건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국방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자체 조사를 실시해왔으며 계엄 당시 1군단장이던 주성운 지상작전사령관을 이날부로 직무 배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국방부는 내란 특검에서 조사하지 못한 정보사·방첩사에 대해서도 박정훈 준장이 이끄는 내란 전담 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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