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4대륙선수권…차준환, 표현력 무기로 역전 노린다
■14일 프리서 메달 도전
클린 연기에도 쇼트 6위 아쉬움
기술 대신 수행·예술 점수 올인
‘광인을 위한 발라드’로 곡 바꿔
韓피겨 男싱글 올림픽 메달 기대
입력2026-02-12 17:58
수정2026-02-12 23:45
지면 32면
“최선을 다했고 큰 실수도 없었지만 점수는 아쉬웠다.”
차준환(서울시청)은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5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클린 경기’를 펼쳐 고득점을 기대했지만 정작 점수는 100점을 넘기지 못한 92.72점에 머물렀다. 전체 6위의 기록. 쇼트 프로그램에서 메달권 점수를 받은 1위는 일리야 말리닌(미국·108.16점), 2위는 가기야마 유마(일본·103.07점), 3위는 아당 샤오잉파(프랑스·102.55점)로 차준환의 점수와는 차이가 난다. 차준환의 진한 아쉬움은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차준환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차준환은 이내 아쉬움을 접고 14일(한국 시간) 열리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역전을 꿈꾸고 있다. 쇼프 프로그램 직후 아쉬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올림픽의 순간을 즐기다 보면 그에 따른 성취도 따라올 것 같다”며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줬다.
쇼트 프로그램 3위에 오른 프랑스의 아당 샤오잉파와 격차가 적지 않아 역전이 쉽지는 않지만 차준환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역전의 명수’이리 때문이다. 실제 차준환은 가장 최근 출전했던 국제 대회에서 역전 경험을 쌓았다. 차준환은 올림픽 직전이었던 1월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두 번째 점프를 하다 넘어지면서 6위(88.89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어진 프리 스케이팅에서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184.73점 받아 총점 273.62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쇼트 프로그램에서 2위 도모노 가즈키(일본)과 8.9점 차이가 났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이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차준환이 프리 스케이팅에서 내세울 비장의 무기는 특유의 ‘표현력’이다. 그는 자신의 장점인 표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림픽 필승 전략으로 ‘더 큰 목표를 위한 일보 후퇴’를 선택했다. 실제 높은 점수가 주어지는 고난도 점프 횟수를 ‘쇼트 1개, 프리 2개’로 줄였다.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도 올 시즌 야심 차게 준비했던 ‘물랑루즈’를 버리고 지난 시즌에 썼던 ‘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다시 꺼냈다.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그에게 금메달을 안겼던 바로 그 곡이다.
긴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모험을 하기 보다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 동작 하나하나의 표현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난도를 따지는 기술점수(TES)를 조금 낮추는 대신 동작의 완결성을 보는 수행점수(GOE)와 장점인 예술점수(PCS)를 더 끌어 올린다면 대역전극을 노려볼 만 하다.
컨디션이나 현지 적응 상황은 나쁘지 않다. 팀 이벤트에서 나온 실수를 털고 쇼트 프로그램에서 ‘클린 연기’를 펼쳤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실수 없이 표현력을 극대화시키면 4대륙선수권대회 때 일궈냈던 역전 메달 획득이 올림픽 무대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국내 남자 피겨 에이스 차준환의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는 14일 새벽 3시부터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다. 쇼트 프로그램을 통해 가려진 총 24명이 출전해 실력을 겨룬다. 4년 전 베이징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해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최고 순위를 자신의 손으로 바꿨던 차준환. 세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4대륙 선수권대회의 역전 드라마를 다시 써 이 종목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우뚝 설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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