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타스 세미컨덕터, AI 서버 전환에 전력반도체 부각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
입력2026-02-12 18:05
수정2026-03-05 08:55
지면 23면인공지능(AI) 모델의 고도화로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단위 연산량당 비용을 낮추는 문제는 AI 인프라 산업의 핵심 과제가 됐다. 지난해 3월 엔비디아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AI 랙(rack) 구조 ‘Kyber’를 발표했다. 현재 AI 서버 랙은 72개에서 144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다이(die·웨이퍼 단위의 GPU)가 들어가는데, 2027년부터 출하 예정인 Kyber랙은 576개의 GPU 다이를 탑재한다.
문제는 전력이다. 단일 서버 랙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GPU가 고밀도로 집적될수록 전력 부하는 급증한다. 최신 AI 서버 랙이 약 150kW를 요구하는 반면, Kyber 기반 랙은 600kW 수준까지 올라간다. 전력은 전압과 전류에 비례하는데, 현재 서버 랙은 48~54V 전압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필요한 전력이 커질수록 전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류가 늘어나면 이를 전달하는 구리선도 두꺼워져야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구리가 더 필요하고, 높은 밀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서버 랙 구조에서는 두꺼운 전선이 걸림돌이 된다. 여기에 전류의 제곱에 비례하는 전력 손실은 더 큰 문제가 된다.
해법은 전압을 높이는 것이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업계는 데이터센터와 서버 랙 내부 전압을 800V로 끌어올리고, 기존 교류(AC) 기반 전원 체계에서 직류(DC) 기반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AI 데이터센터의 아키텍처 구조 전환은 ‘800VDC’로 불린다. 전압을 높여 전류를 낮추면 도체 부담과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전력 경로상의 변환 단계를 축소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엔비디아는 800VDC 전력을 각 노드에 분배한 뒤, GPU 인접 구간에서 고효율로 저전압 강압하는 구조를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전력 반도체의 존재감이 커진다. 전압 변환과 정류를 담당하는 전자식 전력 변압 장치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 국면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나비타스 세미컨덕터(NVTS)다. 나비타스는 질화갈륨(GaN)·탄화규소(SiC) 기반 와이드밴드갭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엔비디아의 800VDC 아키텍처 관련 협업·지원 소식을 지속적으로 공개해왔다. 회사는 모바일·컨슈머 등 저전력·저마진 비중을 축소하고, 데이터센터·그리드 등 고전력 시장으로 사업 축을 이동하고 있다. 기존 레거시 시장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전력 경로 전반을 겨냥하는 방향으로 포지셔닝을 재정의하는 구간이다.
다만 숫자는 아직 과도기다. 기존 사업 비중 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단기 실적은 약해질 수 있고, AI 데이터센터향 매출은 설계 채택 이후 검증과 양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단기 주가는 실적보다 800VDC 전환 속도와 엔비디아 생태계 내 레퍼런스 확대 여부 등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전력반도체 기업 중 AI 데이터센터향 익스포저가 가장 큰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가장 크게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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