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점포 하나, 꺼진 점포 셋” 인천 남촌시장의 두 얼굴
남촌시장 채소2동 ‘고사 위기’
인천시 품목관리 5년째 방치
가락시장은 허가증으로 관리
입력2026-02-12 18:08
12일 오전 8시 인천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채소 2동. 새벽 경매가 끝난 뒤라 시장 안은 고요했다. 한 점포가 불을 켜면 그 옆 서너 곳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불 꺼진 가게가 많아 통로는 유난히 어두웠다. 오가는 사람도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경매 후 남은 잔품을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한숨만 가득했다.
남촌시장은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약 17만㎡ 규모의 농산물 도매시장이다. 2020년 구월시장에서 이전 개장했으며 수도권 서부권 농산물 공급의 핵심 거점이다. 그러나 채소 2동만은 사정이 달랐다.
“98개 점포인데요. 지금 영업하시는 분이 50명 남짓밖에 안 돼요.”
채소 2동 중도매인 남모(57)씨가 텅 빈 통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옹벽 쪽 구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쪽은 30%도 안 남았다”고 했다.
2020년 개장 당시 98개 점포 모두 영업했다. 남씨에 따르면 대부분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고 지금도 나가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점포는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폐업 신고 없이 영업을 중단한 ‘유령 점포’까지 합치면 정상 영업 비율은 더 낮아진다.
매출도 급감했다. 남씨의 경우 연매출은 2019년 약 21억~22억 원에서 지난해 12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는 새벽 1시에 출근해 경매를 마치고 오전 8시 반이면 퇴근한다. 손님이 없어 더 버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 일이 끝나면 따로 식당 일을 한다고 했다.
반면 같은 시장 안 채소 1동은 활기가 넘쳤다. 빼곡한 상가의 밝은 조명, 상점 앞에 수북이 쌓인 물건들이 채소 2동과는 대조적이었다. 경매가 끝나도 소매 위주로 영업이 이어져 오후 3~4시까지 장사가 가능하다.
채소 2동의 쇠락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시장 주출입구에서 곧게 뻗은 주도로가 채소 1동으로 이어지는 반면 채소 2동은 주도로에서 벗어나 있다. 바로 옆에 높은 옹벽이 자리해 외부에서 사람이 오갈 수 없는 구조다. 자연히 유동 인구가 1동에 집중되고 2동은 고립됐다. 입지상 불리한 채소 2동에서 전용 품목은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다.
눈에 띈 것은 채소 1동 상가와 경매장에 비치된 채소 2동 전용 품목이었다. 당근 박스가 이동 받침대 위에 쌓여 있었는데 옆 채소 2동 경매장에서 지게차로 그대로 넘어온 것으로 보였다. 남씨는 “1동 중도매인들이 2동에 와서 물건을 사 가서 자기네 가게에서 판다”고 했다. 1동 상인 김모씨는 “수요가 있으니 취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인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원인은 ‘품목 분리’ 원칙의 붕괴다.
인천시는 2020년 개장 때 채소 1동은 일반 채소, 채소 2동은 무·배추 등 날림먼지 발생 품목으로 구역을 나눠 배정했다. 2013년 연구용역부터 확정된 원칙이었고 2021년 신규 중도매인 모집 공고에서도 품목을 구분했다. 그러나 1동 상인들이 2동 전용 품목을 지속적으로 취급하면서 원칙은 무너졌다. 인천시는 2동 상인들의 구역 이동은 금지하면서도 1동의 품목 침범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법상 품목 제한을 할 수 없어 제재 방안이 없다”고 했다. 품목 침범을 단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단속을 했다 하더라도 행정처분까지 내릴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의 유권해석은 다르다. 농림부는 채소 2동 상인들이 요청한 질의회신에서 “품목 제한은 개설자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인천시 관계자는 “농림부에서도 위반 사항이라고 밝힌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 가락시장은 이미 중도매인 허가증에 거래 품목을 명시해 관리하고 있다. 조례 시행규칙에 따라 특수품목 중도매인 제도를 운영하며 현재 12개 품목을 지정해 경매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의무는 아니다. 저희는 계속 그렇게 안 해왔던 것”이라고 했다. 품목 제한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해서 타당하면 할 수 있는데 거기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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